물처럼 바람처럼

가을 소요

두레미 2008. 10. 28. 14:25

 

                                     딸이 디카를 놓고 갔길래 발코니 화초 한컷.

 

 

지난 토요일 소요산행 전철을 타고 가을 소요산을 찾았습니다.

대중교통의 힘을 실감하면서 전철역을 한참만에야 빠져 나왔지요.

오전 날씨는 쾌청하니 참 좋았습니다.

등산로 입구를 들어서면서 밀리는 인파에 휩쓸리면서도 오랫만의

나들이에 기분은 상쾌했지요.

고기 굽는 매캐한 연기냄새 말고는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모두모두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동두천에서 열고있는 국화 전시회가 등산로를 따라 전시되고 있어서

향긋한 국화꽃 향기도 좋았구요 따듯한 국화차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었구요 내가 좋아하는 엿장수 산 보리수 열매를 함지박 가득 따와서

팔고있는 할머니께 보리수 한 보시기 사들고 엿 먹을라 보리수 먹을라

입도 즐겁고 눈도 즐겁고 향긋한 꽃내음에 가슴속 폐도 즐겁고요 룰루

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왔었다고 기억을 더듬으며 음 여기가 거기야 음 여기도 많이 닳

아졌네 하면서 등산로 입구에 도착 했지요.

계단과 철책으로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느산이고 편리함과 더

이상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인가요.

그런데 그 길이 너무 좁고 협소해서 한꺼번에 들이닥친 사람들로 정체가

얼마나 심하던지 가다서면서 하루가 그냥 지날 것 같더라구요.

간신히 하 백운대를 올라 한 숨 쉬고 이런 답답한 등산은 처음이라며 탱감

그냥 내려 가자고 합니다.

영 서운해서 상 백운대까지만 가자고 했지요.

중 백운대를 향해서 올라 가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하던 하늘과 갑지기 불어

대는 바람이 심상치 않더랍니다.

낙엽을 휘몰아치는 바람이 끝내는 비바람이 되어 더 이상은 등산을 불가

등산로를 벗어나 낙엽이 푹신한 곳에서 싸간 김밥으로 간신히 요기를 하고

내려오는길에 쫄딱 비를 맞고 말았네요.

그냥 가볍게 우비도 챙기지않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가 가을비를 흠뻑

맞았어요.

각시랑 가을 소요를 즐겨 보겠다던 탱감 가을비에 젖어벼렸어요.

텃밭 채소를 가지고 나와 파시는 할머니께 갓 배추 한다발을 사가지고는

발걸음을 재촉하였지요.

돌아오는 전철도 역시 붐비는 사람들로 왁자니껄하고 눅눅한 공기가 퀘퀘

하고 살짝 돌린다는 선풍기 바람에 수분과열이 증발하면서 어찌나 춥던지

떨이가나서 죽을뻔ㅎㅎㅎ 했답니다.

한적한 가을 소요를 기대하고 갔다가 가을 소요(死) 할 뻔 했습니다.

                                                                                                    

                                                                                                                                                                       

82년 2월의 소요산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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