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이 왜 큰 딸
지난주 일요일이 무슨날인지 알어?
무슨날 막내랑 막내이모랑 왔다 갔지.
나는 영순이가 오리라고는 생각도 안 혔어야.
엄마, 지난 일요일이 내 생일이었는디 몰랐지.
우리 시엄니 당신 아들 생일이면 으례 생일날에는
아를 낳은 엄마가 잘먹어야 한댜며 당신한테 잘허라구 하셔서
귀에 인이 배겼는지 생일때되면 엄마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요번에는 마침 일요일이기두하고 해서 엄마 보러 가려구
했더니 가족 카페에 보니 막내네가 간다고 해서 다음으로 미뤘지.
그래서 내일 갈려고요.
오지마.
엄마 왜 무슨일 있어요.
아니 암 일도없는디 차비들이고 힘들게 뭐허러와. 차타고 댕기는것도
힘든일여.
요즘 잡숫는것도 시원찮고 입맛도 없으시다면서요. 누가 해주는 밥 먹어보고
싶다면서 오지말라기는 이것 저것 다 걸리다보면 죽어도 못가지.
그렇기는 혀.
죽에 입맛을 잃었을 노모를 생각해서 아주 장을 봐가지고 출발 했다.
집에 도착하여 인기척을 해도 조용하길래 빈 집인줄알고 앞뒤꼍을 둘러보고
남새밭까지 둘러보고 사랑채까지 뒤져도 조용하다.
안방 문을 열고 보니 노모 물에 말은 점심 한술 뜨고는 물말은 밥그릇을
머리맡에 놓은채 잠들어있다.
쌍창문 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시며
얼래 내가 깜빡 잠들었었네.
준비해간 음식을 하고 시원하게 엄나무 전복 백숙을 해서 드리니 국물이
시원하다며 맛있게 드신다.
냉장고 가득한 반찬들이 무르고 상해서 버릴것들이 많다.
혼자 먹으려니 이것저것 꺼내는것도 귀찮고 입맛도 당기지 않고 당채 먹고 싶은
것이라고는 없어야. 그려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상님이 입안이 탕났댜.
입도 탕나요. 별꼴이네.혔더니 의사 선상님이 하하하 웃어죽겄다고 웃으시더랑게.
이렇게 입맛도없어지고 자꾸 아펐사니께 자신감도 없어지는것 같어야.
9시 뉴스를 다못보고 잠이드는 노모와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T.V끄는 소리에 깨었던 잠에 이내 빠져들고 모녀는 딸이 깰까봐 조심조심 볼일을 보러다니시고
노모가 깨실까봐 조심조심 다니고 손을 잡고 어루만지면 서로가 모르는척 하면서 한 밤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나가던 차가 면소재까지 볼일 보러가는데 타고 가실분
타라고합니다. 동네 아주머니와 눈치를 보다가 타고 보니 동네 사람입니다.
처음엔 몰라보다가 두레미를 알아보시고는 오랫만에 고향에서 만났는데 읍내까지 태워준다며 읍내 정류장까지
태워주십니다. 마음은 예전 어릴적 4H 운동을 열심히 하시던 동네 오라버니를 열심히 �아다니던 그때 맘인데
이제 환갑을 넘기고 내 나이도 오십을 넘겼습니다. 10여분간의 시간동안 몇십년의 시간여행을 오고 갑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어머니와 나는 당숙모님이 계시는 노인 전문 병원을 찾아 갔습니다.
갑작스런 충격으로 시력을 잃고 30여년을 홀로 사시던 당숙모님 칼칼한 성격으로 홀로 잘도 버텨왔건만 연세
드시니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요양원으로 모셔졌다.
내 이쁜 당질녀가 왔다고 무당 박수를 치시며 좋아하시는 당숙모님은 내손을 끌어다가 온뭄에 문지르신다.
돌아나오는 차안에서 참 깨끗허고 한것져서 좋긴 허다만 현대판 고려장이지 뭐여. 하시는 노모의말씀에
백미러에 비친 택시 운전 기사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