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긴 해그림자

두레미 2008. 9. 9. 15:22

아들의 훈련 수료식날  친정 어머니 병 간호를 위해 대전행 기차를 타고

차창밖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채로 조금은 때이른듯한 가을 풍경을 훑어

보면서도 마음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직은 초록이 더 짙은 들판엔 마른 햇빛이 뜨거워보인다.

눈이 부셔 반쯤감긴 눈꺼풀은 흔들리는  기차의 진동에 번쩍 번쩍 환영

같은 빛살이 부서지고 아들의 사열모습으로 흩어진다.

지금쯤 수료식을 하겠구나.

어디쯤일까 까만 줄막대 하나달고 커다란 더블백을 멘 신참군인들이 손

에는 전투 식량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건빵 봉지와 음료 한 통씩을 들고

인솔자를 따라 대기하고 이동하고 기차에 오르고 있었다.

통로를 지나는 푸른제복의 앳된 모습들 그 속에 아들이 있을것만 같다.

참기 힘든 그리움이다.

기차는 출발하고 스쳐간 지나간 환영처럼 앳된 군인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리움만이 남았다.

병원에 도착하여 어머님의 병간호 생각했던것보다 병세가 깊지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을 마치고 오랜만에 해후한듯 한 밤을 보냈다.

동생과 교대하여 집으로 돌아오는길이 가볍다.

급박할 것 같던 일상이 다시 평온을 되찾고 아들도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

받아 잘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너무나 평온하고 조용한 오후 긴 해그림자가 마루 깊숙히 드리워진다.

기~일게 드리워진 긴 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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