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아들의 빈 자리

두레미 2008. 7. 30. 15:47

29일 중복날에 아들의 입대식은 축제 분위기이다.

임대하는장정들과 그 가족 친지 친구들이 어우러진 병영

마당은 한여름 복더위의 찌는듯한 더위와 따가운 햇살아래

왁자지껄 진행되었다.

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갈때 비좁았던 차안이 널널하다.

기차역 대합실 에너지 절약 운동으로 찜통같은 대합실을 나와

계단에 걸터앉아 삶은 옥수수를 나누어 먹으며 옥수수 한알에

마음 한마디씩을 나누며 아들의 빈자리를 메꾸었다.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길 내내 잘 하고 올거라고 뻐근해지는

가슴을 애써 풀어보지만 집에 가까워질 수록 허전한 마음이란.

지하철역 출구를 빠져나와 계단을 오르는데 발길은 천근만근

늘어지고 동네 길이 그리도 넓고 허전하던지 집 현관을 들어서자

떡 하니 놓여있는 아들의 신발을 보니 끝내 참았던 눈물이 난다.

방에는 몸만 빠져나간 아들의 허물같은 이부자리 책상위에 먹다남긴

과자통 손때묻은 책과 사전 필기도구들 커피메이커 손톱깎기 귀후비개

손톱 다듬이 줄 쓰고 버린 휴지들 아들의 흔적이 고스란하다.

저녘밥을 짓는데 이제는 한동안 필요하지않은 아들의 숟가락 젓가락

밥 그릇을 치우고 냉장고에 아들이 좋아하는 반친들도 한동안은 상에

오르지 않겠지.

밥하는 쌀의 양도 줄고 반찬의 가지수도 줄고 간식도 줄고 냉동고의

아이스크림도 줄어들지 않는다.

한여름이면 하루에도 두어번씩 갈아입던 속옷도줄어 빨래거리도 줄어

빨래 바구니가 헐렁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드나들던 현관의 문소리도  조용하고 나갈때마다 멋적게

씩 웃던 멀건 미소도 없다.

컴 앞에 앉아 목을 길게 빼고앉아 시사 만화를 보며 낄낄대던 모습도 없고

밥상에 숟가락 놓아주던 손길 식구수대로 물컵에 물을 따라 놓던 손길도

일요일마다 재활용을 분리수거해주던 아들의 손길도 없으니 한동안 그 빈

자리를 메꾸기가 힘들것 같다.

아들의 빈 자리는 상상했던것 보다 훨씬크다.

우리들 이성과 감성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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