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어머니와 수박

두레미 2008. 6. 14. 16:03

어제저녁 운동을 하고 늦게들어온 남편과 저녁상을 마주하고앉았을때

전화가 온다.

" 이 나여 무고들 허지?"

"예 이시간에 어쩐 일이셔. 오늘은 마실안가셨남?"

"응 연속극 보구 가야지. 어쩌구 저쩌구 근디 인저 나두 늙긴 늙었네벼.

  오늘 마늘 댓접 뽑아놓구 고추밭이 뜸물 쪘걸래 뜸물약 한통쳤더니

이렇게 대간허네. 일을 혀보면 작년 다르고 올해 달러야."

"그렇지.엄마 연세가 지금 몇이신데 예전같으면 아랫목앉아서 밥상이나

받으실 연세지. 힘들게 하시지 말고 천천히 하실 수 있을 만큼만 하셔."

"그러야지. 그런디 하던 습성이 있어서 일을 보면 후딱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당게."

" 그려 엄마가 그렇게 바지런하셨응게 우리 칠남매 고루 잘키우셨지."

"야. 레미야 올해두 수박이 자꾸만 들어오는디 나혼자 다먹을 수있간디.

그려서 누구 누구  부쳐주구 오늘 느네집으로 부쳤응게 내일 도착헐겨."

"오매 요즘 화물차들 파업한다구 운송이 잘안된다더구만 늦어지면 어떡

헌댜. 올해도 엄마 덕분에 수박 잘먹게생겼네."

"흐흥 그려 느네꺼 포장허고나니께 또 그보다 더큰수박이 또들어와서  그

수박도 찡겨볼라니께 안들어가더랑게."

홀로계신 노모는 조금이라도 좋은것을 보시면 자식들 생각에  아끼고 갈무리

해서 자식들에게 보내신다. 우리가 돈으로 사먹어도 얼마 되지않지만 어머님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먹거리들을 보시면 아직도 배물리 먹이고싶으셨던 마음이

되살아나시는가보다.

오늘 아침나절 택배가 왔다.

아니 벌써왔네. 그쪽 화물들은 파업을 안하는가베.

건장한 청년이 택배 상자를 들고 올라왔다.

남편이 허리를 펴기 힘들정도로 무거운 상자를 받아놓고 청년과인사를 주고받고

청년은 내려갔다.

상자를 막 뜯으려고할때 전화가 온다.

"아이고 우리장모님 참 성질도 급하셔. 택배 잘 받았나 전화하셨나보네."하며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택배상자를 가지고온 청년이었다.

"제가 깜빡잊고 그냥 내려왔는데요. 택배 물품이 수박이잖아요.그런데 그수박을 수집

해서 정리하다가 깨져서 물이 흘렀다는군요. 그러니까 개봉하셔서 수박이 파손되었다면

택배회사로 연락하시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상자를 열어보니 수박은

깨져서 물이 다빠지고 스펀지같은 속살만이 검붉게 으스러져 있었다.

"아이고 다깨졌네 다깨졌어. 아까워라." 하고있는데 또 전화가 온다."

택배회사에서 직접 전화가 왔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사고처라를 할 수없으니 월요일날 다시 전화드리고 사고손해 보상을

해드리겠단다. 

노모께서 애써보내주신 수박이 깨져서 속상하기도하고  한편으론 열심히 일하다가 사고를

냈을 회사 종업원 생각이나서 안타깝기도 하고 손해 배상을 얼마를 받아야하나  손해배상을

받으면 사고를 낸 직원이 물어낼까 가지가지 생각에 복잡하고 싸하다. 

'일상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어머님 생신  (0) 2008.07.28
오늘 같은 날은  (0) 2008.07.02
매실청  (0) 2008.06.12
우리는 만나면 왜 이렇게 좋은걸까.  (0) 2008.06.02
으 흐흐흐~  (0) 200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