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부자유친

두레미 2008. 3. 19. 12:06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기르면서도

그저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으로만 알았다.

힘들고 어렵게 낳은 첫아이라서 조금더

마음이 쓰일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늦은 결혼으로 출산이 늦어지는걸

당연히 받아들이지만 내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만 해도 노산이라고 시모님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첫아이를 낳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단칸방을

벗어나 작은 집을 마련하고 부모님을 모셨다.

말씀이 느린만큼 인자하고 너그러우신 아버님과

말씀이 빠른만큼 부지런하시고 현실적이신

시모님은 금술좋으신 부부셨다.

이해심많으시고 너그러우신 아버님과 직선적이신

어머님 두분모두 좋으신 분이셨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어렵게 얻은 손주사랑은 대단하셨고 그 사랑의

방식에서 그분들의 가치관과 우리부부의

가치관은 너무나 큰 차이였다.

모유를 먹이고싶어 한달이나 아이 배를곯였지만

끝내 모유를 먹이지못하고 소젖으로 키웠다.

날이밝으면 아이는 방바닥에 닿을시간이없었고

나는 방바닥에 앉을시간이없었다.

아이와 눈을 맞추거나 옹알이를 받아줄 시간이

없었다.

이이역시 바지런하신 할머니덕분에 옹알이를 할

필요도 말을 할 필요도 없었는지 다섯살이 되어서야

말문을 텃다.

애주가이셨던 아버님과 아이는 하루종일 술 친구를

했다.

돌맞이 손님 초대상에서 모든 음료수를 뿌리치고

소주만을 찾던 아이 손님들은 희한한 녀석이라고

웃고있었지만 내가슴은 독한 소주를 들이부은것보다

더 뜨거웠다.

그 후로도 아버님께 간곡히 부탁도 해봤지만 아버님은

어린 손주를 거절하지 못하셨다.

말문이 겨우 트이면서 어린이방에 보내고부터 끝이났다.

말이느리니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면에서 늦고 고집

불통인데다 특히 사회성 발달이 늦어 우리부부의

애간장을태?다.

애간장을 태우는 우리 부부에게 늘 그러셨다.

"늦되는애들이 나중에 더 빨리 된다."

아이는 늘 혼자였고 자신의 관심속에서 나오질않았다.

천재 아니면 바보로 낙인찍혔다.

조바심에 가슴이 타던 우리부부는 아이를 혼내고 다그치고

집착을 했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품인지 지금도 녀석은 고집불통이고

좋아하는것에 빠지면 몰두한다.

어느날인가 아이의 아비는 아이와 씨름하고 있었다.

처음엔 조근조근 설명을하다가 고집을 부리고 큰소리가 

났었다.

그럴때면 아버님 어머님은 좌불안석이시다.

참다못해 쫓아와 아들을 나무라신다.

"이놈아  부자는 유친이라고혔어. 니놈이 완이를 혼내면

내가슴이 찢어져 이놈아. 그만혀 이놈아."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대를 잇는 부자간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된다.    

물론 사랑이 깔린 전쟁이지만 시작되면 친아버지 맞나?

이봐요 부자는 유친이라구혔어요. 그만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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