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창문으로 내다 보이는 동사무소.
각종 동정이 프랑카드로 내 걸리고 팜플랫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며칠전부터 내 걸린 프랑카드에 칼.가위 갈이와 우산을 수리 해 준다며 홍보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걸보고 우리도 칼을 갈아오자고.
''칼? 우린 숫돌이 있어서 여지껏 내가 갈아 썼는데 칼이 몇개나 된다고 그냥 둬요.''
''아니 그래도 전문 기술자가 갈아 준다니까.''
결혼 할때 장만한 칼을 지금도 쓰고 있는 우리집 칼은 누구 말대로 길에 흘려도 줏어가지도 않을만큼 오래되고 구닥다리 싸구려 칼이다.
살림살이에 센스도 없고 욕심도 없는 나는 아직도 별 불편을 모르고 산다.
''아니 이렇게 후진 칼을 들고 오는 사람 아마 없을걸? 내비둬유. 내가 숫돌에 갈아쓰게.''
''왜 공짜로 갈아준다는데 집에서 가는것보다 잘 갈아 주겠지. 내가 갈아 올께.''
''잉? 내비 두라니까.
난 칼이 너무 날이 서면 보는것도 무서워유.''
''내가 직접 갈아 주지는 못해도 갈아다 줄 수는있다니까.''
''그러시구랴.''
동사무소 칼갈이 봉사에 오래전에 찍어 두었던 시아버님의 숫돌 사진도 꺼내고 아버님과의 추억도 소환되었다.
인자 하시면서도 유머스러우셨던 시아버님!
남편은 그런 아버지를 반쯤 닮은것 같다.
아니 나이들면서 더 닮아 가는것 같다.
시아버님 살아 생전엔 종종 칼을 갈아 주셨는데
그 때 마다 숫돌을 캐다가 직접 만드셨다는 얘기를 하셨었다.
내 생전에 이렇게 제 멋대로 자연스러운 숫돌은 본적이 없지만 시아버님의 숫돌 자부심은 세상에 하나 뿐인 천연숫돌이다.
앞으로도 시아버님의 숫돌은 세상에 하나뿐인 숫돌로 나와 함께 할것이다.
칼을 갈 때마다 아버님을 뵈는듯 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을 되새김 하며 칼을 벼르듯 내마음을 벼르는 숫돌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