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라벤다의 선물

두레미 2019. 6. 2. 12:05

 

 

 

 

 

 

 

비좁은 베란다에 무성하게 숲을 이룬 화초들 사이에 자리잡은 작고 여리디여린 라벤다!

어버이날 카네이션꽃의 장식으로 심겨져 따라왔다.

꺾꽂이한 카네이션은 벌써 시들었고 한줌 흙에 간신히 명맥을 유지한채 가는 제몸하나 가누기 힘들어 했다.

미련없이 쏟아 버리려고 포토분을 들었더니 확 다가오는 향기!

그 향기가 마치 라벤다의 절규 같아서 내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마음을 바꾸어 빈 토분을 찾아 옮겨심고 미안한 마음을 사과하듯 매일매일 들여다 봤다.

못다핀채 시들었던 꽃봉오리들이 말라 시들어가고 여전히 여리디여린 꽃대가 하늘하늘 힘겨워 보이는데 그중 하나 꽃대에 온 힘을 다해 꽃봉 오리를 부풀 리더니 꽃을 피워낸다.

노지의 밭에 핀 꽃에 비해 한없이 연약하고 색도 제 색을 내지는 못 했어도 무성한 화초의 그늘밑에서 수줍게 핀 라벤다꽃이 얼핏 설핏 은근하게 나의 시선을 잡아 끈다.

다람쥐 쳇바퀴같은 나의 일상에 망중한을 선물로 보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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