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억배추!
토종배추란다.
카페 직거래장터에 올라온 배추.
구억? 구억배추!
생긴것이 꼭 커다란 갓 같이 생겼다.
어릴적 가을 배추가 키만 훌쩍 컸지 속이 옹골지게 차질 않아서 설렁설렁 푸르딩딩한 배추를 절여 파와 마늘 생강 다져넣고 진하게 끓여 거른 잡젓 받아넣고 고춧가루 국물에 설렁설렁 담갔다 꺼내서 꾹꾹 눌러 담아 익히면 질긴듯 아삭한 배추김치가 고소하니 맛있었다.
요즘 속이 노랗게 잘 찬 인물좋은 배추들뿐인 세상이고보니 어릴적 먹었던 푸르딩딩한 배추김치가 먹고 싶어진거다.
홍천댁님이 우연히 구한 토종배추씨를 텃밭에 심었더니 다 소비하기에 많다며 직거래장터에 내 놓은 걸 밤늦게 보고는 일을 저질렀다.
주문서를 넣고 송금을 하고 이튿날 바로 배추가 왔다. 넓지도 않은 우리나라 인터넷과 택배와 편의점이 저인망 그물처럼 구석 구석 방방곡곡 깔렸다. 참 살기편한 나라다.
배추를 받자마자 다듬어 절이는데 배추 키가 얼마나 큰지 작은것이 50세치 큰것은 6~70센치는 될듯 하다. 굵고 긴 줄기를 길다고 잘라 절일 수도 없고 우리집에서 제일 큰 그릇에 절여도 잎사귀가 넘친다.
부드러운 잎사귀를 접어 넣으며 절여 놓았는데 밤이 되어도 굵고 뻣진 줄기는 숨이 죽을 기색이 없고 내일 모레가 되어도 죽지 않을것 같다.ㅠ
부억 창고를 들락날락 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내일은 물탱크 청소가 있어 오후부터는 물이 안나온다지 오후엔 외과 예약 진료가 돼 있지 무슨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했다. 그러다 버뜩 생각 난것이 따끈한 소금물에 배추를 절구면 절임시간 단축과 아삭한 배추절임을 할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게 생각이 난다.
해 보자!
따끈하게 물을 뎁혀 소금물을 만들어 부어놓고 잠자기전에 한번 뒤집어 주었더니 이튿날 뻣뻣하던 배추들이 얌전하게 절여졌다.ㅎ
양념은 예전처럼 간단하고 슴슴하게 준비하여 고춧가루 양념물에 버무려 한번 먹을 만큼씩 말아 담았다.
대책도 없이 일을 만들어 허둥지둥 사서 고생을 한다.
팔자인지 팔자에 없는일을 만드는것인지~
구억배추김치 맛은 어떨지 어릴적 입맛이 느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