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늙은 호박같았으면 참 좋겠다.

두레미 2017. 11. 10. 15:52

 

가을 햇볕에 껍질 벗기고

속을 닥닥 긁어낸 늙은 호박이

나란히 널려 있다.

근데 샛노란 속을 드러낸 채

입을 벌린듯 웃는듯 세상 시름

다 버리고 달달하고 부드러운

미소만 남은 노파의 웃는 얼굴같아서

내 마음이 달달하고 따듯 해 진다.

내 늙음도 저 늙은 호박 같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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