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정원수인 계수나무 잎이 황금빛 하트로 변해가는 가을 날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보은은 대추 축제 중이야.
가을 소풍겸 1박 2일로 보은에 한번 다녀가지?"
주중에 날아온 그녀의 톡에 잠시 망설이다가 "OK"
수요일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서둘러 영등포 역으로 출발 기차를 탔다.
신도림 오페라 하우스
요즘 근린 공원엔 도회지의 삭막함을 덜어주는 구절초며
붉게 익어가는 산수유와 백당열매가 가을 햇살에 붉다.
잠시 복잡하고 긴장된 몸과 마음을 휴식할 수 있는 작은 공원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보은 대추축제 국화꽃
짚풀 공예 전시장
대추 축제구경에 주인공인 대추 사진이 없다.
구경하며 시식하느라 정작 먹음직스런 대추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나보다.ㅎㅎ
사랑이와 복돌이
그녀의 바지런한 발길로 다져 진 길에 가슴이 뭉클해져서 난
한참을 바라보았다.
반질반질한 그 길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지.
커다란 아마란스 한포기가 화초처럼 서 있다.
앞뒤꼍으로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는 텃밭 작물들
아침저녁으로 곡식과 채소의 해충을 잡아주는 일이 의식이 되었다는 그녀~
구지뽕 열매와 수퍼까마중.
처음 먹어본 구지뽕 열매의 맛이 달달한게 톡톡 씹히는 씨와 함께 먹을 만 했다.
수퍼까마중은 먹음직스런 모습과는 달리 비릿하고 닝닝한 비위상하는 맛으로
토종 까마중과는 달리 단맛이 전혀 없어서 그냥 먹을 수는 없는 맛이었다.
설탕에 버무려 발효가 되면 약으로나 먹을 수 있으려나~
아직은 속이 덜 찬 배추를 뽑아 기어이 김치를 담가주는 그녀.
지천으로 자라는 냉이도 캐고 머위 잎도 따고 이제는 끝물인
풋고추들도 땄지. 풋고추, 청량고추, 아삭이고추, 영근고추, 애고추,
고추도 가지가지네.ㅎㅎ
그녀가 산에서 따다가 삶아 염장했다는 버섯도 한~봉지.
가방에 메고 들고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고 행복한 비명을 질러대며
그녀의 가을을 갈무리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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