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왕(楚王)이 전구(田鳩)에게 물었다.
"묵자는 고명한 학자라고 들었다. 그 행동거지는 훌륭하나 그의
얘기는 길기만하고 재미가 하나도 없으니 무슨 일일까."
"옛날 진백(秦伯)이 딸을 진(晋)의 공자에게 시집 보낼 때 딸을
잘 치장시키는 것은 물론 화려하게 차려 입힌 시녀 70명을 딸려
보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그 시녀들에게만 관심을 보였을 뿐 진
백의 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것은 시녀들을
시집보낸 것이지 어찌 딸을 시집보낸 것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또 초나라의 어떤 남자가 구슬을 팔기 위해 정나라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구슬을 넣을 상자를 아주 정성들여 만들었습니다.
상자의 몸통을 목란나무로 만든 다음 거기에 계숙이란 향나무로
향내를 발랐습니다. 그리고는 보석으로 겉을 치장했습니다. 그가
이것을 팔려고 하자 정나라 사람은 정작 구슬은 안 사고 그 상자만
샀습니다.
지금 세간에 유행되고 있는 유세라는 것은 겉만 번지르하게
꾸며놓은 말장난일 뿐입니다.그것을 듣는 군왕은 그 말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겨 그 실용성을 잊습니다. 묵자의 언설은 성인의 도를,
또 성인들의 한 말씀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그것을 아름다운 말로 번지르하게 꾸민다면 사람들은 그 말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겨 그 내용을 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것은 상자만 판 구슬장사나 딸보다 시녀를 시집보낸 진백의 경우와
하나도 다를 게 없어집니다.
묵자의 얘기가 길기만 하고 재미가 없는 것은 이런 때문입니다."
한비자의 외저설편外儲說篇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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