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5일 부처님오신 날이 주말과 이어져 연휴가 되었다.
신록이 우거지고 낮의 길이가 길어져서 장거리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먼길 나서면 교통체증이 따르겠지만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랴~
다른 하천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위로는 장흥댐과 아래로는 강진만을 두루 볼 수있는
탐진강으로 자전거 하이킹을 떠나기로 했다.
강진엔 영랑생가와 다산정약용의 유배생활의 자취를 더듬을 수있는 다산초당이 있으니
1박2일코스로는 알찬 여행길이 될것 같았다.
계획을 마무리하고 장흥가는 버스표를 예매해 놓았는데 너무 흥분한 탓인지 급성 비염이
찾아와 코와 목이 불구덩이처럼 확~확~ 열이 솟고 기침 가래에 코는 막히지 차표를 물려야 하나~
다행히 몸살기운은 없어 불편함은 있지만 삭신은 멀쩡하니 일단은 약을 4일분 받아 챙겨넣고
떠나기로 했다.
정남진 장흥까지 예상소요시간이 5시간이지만 연휴 교통체증으로 얼마가 소요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아침 8시 첫차에 자전거를 싣고 장흥에 도착하니 오후 2시40분이다.
아침에 준비 해 온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장흥 읍내에서 탐진강 자전거길로 나가 장흥댐에 올라
탐진호와 장흥댐구경을하고 강진까지 내려와 강진에서 영랑생가를 구경하고 저녁으로 짱뚱어탕.
강진의 맛집은 대부분이 젓갈반찬과 삭힌홍어와 돼지고기에 묵은지를 함께 먹는 삼합이 오르는
관광차 손님을 상대하는 거한 상차림의 한정식집이 대부분이어서 음식점 고르기 어려웠다.
저녁밥을 먹고 숙소를 잡기 위해 지도를 펴놓고 내일아침 자전거길과 가까운 곳을 물색하고 있을 때
다리를 절뚝이며 옆을 지나던 젊은이가 "어디를 찾으십니까?" "자전거로 탐진강 여행을 왔는데...."
"그러십니까. 자전거길이 만의 서쪽으로는 사내호까지 잘 되어있는데 동쪽으로는 갓길이 없는
자동차도로를 달리셔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해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거리와 대략 걸리는 시간까지 자세한 정보에 참고가 되었는데 서서 이야기하던 바로 옆의 모텔이
자신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주무시라고 덤으로 편한 잠자리까지 제공받은 셈이다.
강진읍 청년회장이라는 젊은이는 공을 차다가 종아리를 다쳤는데 처가집 식구들이 문병온다기에 마중
나왔다가 우리를 만나는 인연이 되었다.
넓은 온돌방에 자전거까지 들여 놓고도 둘이서 뒹굴어가면서 자도 넘칠 넓은 방에서 몸을 풀고
내일의 일정을 다시 짜기 시작했는데 처음 계획은 강진만의 가우도를 건너서 동쪽으로 올라와 강진에서
서울행 버스를 타는거였는데 가우도까지의 거리와 시간이 짧아서 예매한 차시간을 당겨 올라올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을 더 돌아볼 것인가 궁리를 하다가 오전엔 강진터미널에서 버스를타고 섬으로 가서 섬
구경하고 오후엔 강진만 자전거길과 다산초당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튿날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강진터미널에 나가니 마량항과 고금도를 거쳐 조약도(약산도)
당목항까지 가는 직행버스와 공영버스가 있는데 직행은 6시10분 공영버스는 첫차가 5시 40분, 공영버스
기사님 자전거를 태워 줄테니 타란다. 아니 이게 웬 횡재 30분의 시간을 벌었다. 서둘러 공영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약산도 당목항에 내려 약산도의 어두리끝까지 갔다 나와서 가사리 동백숲해변으로 올라갔다가
차시간에 쫒겨 해변은 내려가지 못하고 위에서 내려다만보고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야하며 돌아나왔다.ㅎ
다시 강진터미널에 내려서 이른듯한 점심을 아주 먹고 출발하자고 식당을 찾는데 일요휴무인데다가 열한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어서 식사 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워 강진 읍내를 몇바퀴는 돌았지?
겨우 들어간 곳이 골목시장의 칼국수집인데 부실한 식사를 보충하려고 골목에서 파는 산 낙지 두마리 사다가
칼국수에 넣어달래서 보기엔 푸짐한 칼국수를 먹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없는 칼국수는 처음 먹어봤다.
이맛도 저맛도 아닌 닝닝하고 비릿한데다가 젓가락으로 집을 만한 반찬 없는 칼국수를 칼로리 생각해서
억지로 건져먹고 나왔다.
이제 강진하면 연상되는것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한정식 상차림과 자그마한 읍내에 어울리지 않게
지어진 군청과 아트홀과 노인 복지관에, 과하게 차려진 한정식 상이 연상되어진다.
지방자치의 폐해이며 즐거운 여행길의 씁쓸한 뒷맛이다.
억지 점심을 먹고 일단은 사내호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다가 강진으로 올라오면서 오후 5시 30분 차
시간에 맞추어 긴장감 넘치는 강진만 하이킹을 마무리했다.
주변 둘러보기 사진찍기에 시간을 절약하며 다산초당을 찾았는데 의외로 가파른 오르막길에 긴장감이 더
하고 차분히 사색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으나 좌충우돌 긴장감과 짜릿한 즐거움도 있었던 여행이었다.
장흥읍내 자전거길이 끝나고 23번국도를 타고 가다가 심천삼거리 지나서 자전거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다.
앞으로 지천 삼거리에서 장흥댐으로 좌회전해서 들어가 댐으로 올라간다.
지천 삼거리에서 들어오는 길.
왼쪽은 심천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장흥댐으로 올라가는 길.
아담한 탐진호의 잔잔한 모습.
전망대와 물 문화관을 거하게
지어놨는데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듯 했다.
가끔씩 드라이브삼아
들렀다가 바로 나가버리는
사람들 몇몇이 있을 뿐
고요하다.
심천공원을 거쳐 다시 23번 국도를 타고 장흥읍내 자전거길로 내려왔다.
작약밭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가까이 가보니 거의 시들어 제대로 된 꽃이 없다.ㅎ
장흥읍내 5Km구간만 자전거길이 되어있고 나머지는 국도와 지방도를 타고 강진까지 가야 한다.
자전거길은 장흥대교 조금 지나 끊겨져서 장흥대교를 건너 지방도를 타고 강진으로 내려갔다.
황금들판으로 누렇게 익어 수확시기가 된 보리밭.
사인정 샘바위의 뒷모습이 더 멋진데 그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깜빡 잊었다.
길가엔 마삭의 일종인 백화등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강진에 도착하여 어두워지기전에 영랑생가를 보러가자고 ~
영랑의 생가는 밖에서만 돌아 볼 수 있었다.
월담을 할 수도 없고, ㅎㅎ 담장너머로 까치발을 하며 사진기를 들이대는 사람들.......
그 틈에서 나도 까치발을 하고 엿보듯이 들여다보았다.ㅎ
영량생가의 뒷편에 조성되어진 모란꽃 밭.
영량생가 앞 골목에 낮은 키로 자란 꽃나무의 꽃이 예쁜데 이름을 모른다.
카페의 질문게시판에 올려 이름을 알아냈다. 백정화. 꼭두서니과의 상록관목으로 1m남짓 자란다고한다.
영랑생가를 돌아 내려오다
뒤 돌아보니
대숲 너머로
저녁노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터미널에 들러 내일의 차표를
미리 발권받아놓고
저녁을 먹기로한다.
이튿날 새벽4시30분에 일어나
빵과 우유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직행보다
공영버스가 먼저 대기하고 있다.
다행히 공영버스 기사님
자전거를 사람이 없으니
타고 가라고 하셔서
공영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약산도
당목항으로 출발~
생일도에서 나온 배에서 사람들과 차들이 내리고 있다.
고금도와 약산도는 완도군에 속한다.
약초가 많아서 약산도라던가~ 생약초테마파크길도 있던데 약산도엔
땅이라는 땅엔 모조리 다시마 말리는 건조장이 되었고 가건물이란 가건물은 모조리
전복 양식장인것 같았다. 섬의 구석구석 양식장과 다시마가 널려있다.
당목항에서 버스로 왔던길을
되돌아 나와
당숲을 지나 오른쪽으로
어두리 가는 길로 자전거
바퀴를 돌린다.
길게 튀어나온
어두리 마을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자전거타는 맛을 나게 한다.
길가에 핀 예쁜 꽃들은
즐거움을 더해 주고
양귀비도 제껴 버린 디기탈리스꽃.
길옆으로 초록 열매를 달고 있는 사방오리나무들이 꼭 바람결에 흔들리며 목마른
우리들에게 자꾸만 오디처럼 보여져서 헷갈리게 했다.ㅎㅎ
작은 으아리 (위령선) 가 앙증맞다.
어두리 가는 길이 이렇게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있는데다가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 길이어서 재미나게 어두리마을을 다녀왔다.
섬과 섬 사이의 바다는 육지의 평야지대처럼 바다의 목장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대죽도와 소죽도가 보이는 맑고 푸른 바다에 양식부표들이 빼곡하다.
마지막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어두리 마을의 끝으로 섬어두지가 코앞으로 보인다.
어두리 마을의 끝에서 마을을 지키는 개는 외지인을 보고도 짖지 않는다.
무료함에 답답할 개에게 실없이 말을 걸어보고 연신 뒤돌아보며 마을을 되돌아 나왔다.
어두리 마을 끝동네에도 어김없이 온통 전복양식장이고 전복의 먹이인 다시마 하역작업이 한창이다.
배에서 퍼올리면 다시 컨베어벨트에 퍼올려서 벨트를 타고 각 양식장으로 배달되는 방식인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약산도는 다시마와 전복의 섬이되어 버렸다.
어두리를 나와 당숲의 뒤로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면 가사리동백숲해변이 나온다.
고개를 오르며 숨을 할딱이다가 결국은 내려서 끌바~ㅎㅎ
오랫만에 보는 탱자에 눈에 번해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동백숲해변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야해서 강진나가는 차시간을 맞추느라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약산도를 다니며 만났던 나무꽃이 라일락꽃숭얼같이 색도 비슷한데
나뭇잎은 모감주나뭇잎을 닮은 나무들이 곳곳에 많아서 무척 궁금했다.
인터넷으로 찾고 찾아서 알아냈더니 멀구슬나무란다.
당목항들어가는 입구
당숲에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들었다.
당집과 오래묵었을 당나무와
숲을 이룬 나무들이 울창하여
상서로운 분위기다.
두레미 그냥지나치지 못하고
카메라를 꺼내들고 이리저리
살피고 다니니 홀탱님 눈 돌아간다.
차시간 다 돼 가는데 찍고 또 찍는
두레미가 영 못마땅하다.
안으로 들어오니
당목휴게소라는 표지석과
앉아서 쉬기 좋은 바위가 있으니
기념사진 한장 찍어 준단다.
웬일이셔요?ㅎ
당목항에서 직행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강진으로 들어와 강진만의 자전거길로 나왔다.
강진만의 갈대습지에 초록의 새 잎과 묵은 꽃이 어색함없이 잘 어우러졌다.
육지로 황금 들판과 만의 갈대습지를 가르며 달리는 맛이 상쾌하다.
강진만의 아름다운 갈대습지모습.
멀리 강진읍내의 모습이다.
정말로 고스라지게 잘 익은 보리밭이 장관이다.
서울가는 버스 시간표를 계산하며 다산 유적지로 올랐는데 입구에서 300m를 더 올라가야
초당이 있다는 설명에 홀탱님, 혼자서 갔다가 빨리 내려오라고~
홀탱님을 뒤로하고 혼자서 초당을 올랐다.
가파른 뿌리길과 너덜길을 아침저녁으로 올랐을 강진댁의 발걸음이 느껴지는듯
숨결이 느껴지는듯 사십대의 젊은 귀향살이 선비를 향한 강진댁의 애잔했을 마음을
헤아리며 숨이 가쁘게 초당길을 올랐다.
초당엔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로 꼭차서 마당의 다조위에도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으니 해설사의 해설을 곁으로 들으며 막 연지석가산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에 어디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어이~ 두레미그만 내려와서 물이나 먹어~
정약용이 고향을 그리며 올랐다는 천일각은 고사하고 병풍바위에 새겨진 글씨와 약샘이며
둘러보고 싶었지만 서둘러 내려왔다. 아래서 기다린다더니 어느새 뒤 쫓아 와서는.......ㅋ
잉어를 키웠다는 연못과 돌로 쌓은 석가산.
연못의 잉어에 대해 각별함으로 보살폈고 잉어의 상태를 보고 그날그날의
날씨 상태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만덕호 제방길
탐진강과 강진만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우도를 잇는 연육교를 자전거로 건너보는 환상을
가지고 왔더니 연휴에 몰려든 인파로 자전거를 끌고 다니기도 어려웠다.
기대에 부풀었던 아쉬움을 달래본다고 홀탱님 폼만 잡다가 자전거를 끌고 가우도를
한바퀴 돌아나왔다.ㅎㅎ
가우도에서 서쪽다리를 건너면 위로 도암면과 아래로 북일면으로 이어지고, 동쪽다리를
건너면 위로는 칠량과 아래로는 마량으로 이어진다.
가우도를 나와 강진군에서 해남군으로 경계를 넘는 긴 사내호 방조제를 달리다가 사내호 쉼터에서 널부러진 홀탱님.
사내호 방조제쉼터의 명물인 만리향나무가 만개를 하였다.
보이는 왼쪽이 호수이고 오른쪽이 바다이다. 윗쪽으로 호래비섬도 보이고.ㅎ
홀탱님의 사진솜씨자랑~
입구 정자 아래 나무그늘에서 다리도 쉴겸 앉아서 사과를 나누어먹고 해남 가는길을 엿보고 왔다.
저 앞에 보이는 작은 선착장을 기어이 들렀다 나와서 돌아가는 길이 궁금하여 돌아갔더니
아주아주 작은 그야말로 코딱지 만한 쬐그만 항구가 있어 둘러보고 되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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