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집을 지키시는 친정엄니,
가을은 가을걷이를 자식들과 나누는 재미에 그중 행복한 계절이다.
늘 복잡한 추석연휴를 미루어 가을의 한가운데 찾아가면 가을걷이를 하고 온다.
누렇게 단풍든 깻잎이며 마지막 수냉이를 집어따는 호박잎과 단물든 노란 호박에
잘 영근 고구마와 땅콩, 뒷산에 떨어진 알밤, 텃밭에 지천으로 널부러진 민들레와 냉이
풋고추와 잘 말린 붉은고추, 참깨에 솎음배추와 쪽파, 대파, 잘 영근 양파와 마늘단.
들며나며 주워다가 직접쑨 도토리묵하며 울타리마다 올려키운 울타리콩이 주렁주렁......
가을 아욱과 상추가 나폴거리는 텃밭은 우리엄니의 보물창고다.
홀탱님 뒷산의 밤나무가 입을 쩍쩍벌리고 떨군 알밤줍는 재미에 팔이 가시덤불에
다 긁히는 줄도 모르고 알밤줍기 삼매경이더니 나중에서야 여기도 저기도 따끔따끔
오른팔이 성한데가 없다.ㅎㅎ
그래도 재미나게 알밤줍는 사위를 행복하게 바라보시는 장모님을 위해 이정도쯤이야
감내할 수있다니 행복도 공짜로 얻어지는 행복은 없다.
딸인 나보다 더 호들갑스럽게 수확을 즐기는 홀탱님.
"장모님 올해농사는 더 잘지으셨어요."
그 한마디에 장모님은 신이나신다.
"그려 자네들이 이렇게 와서 재미나게 거둬가는 것을 보는 것이 낙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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