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일상

두레미 2013. 9. 29. 17:11

아파트에 이사와 십수년을 살았어도 키큰 나무들에 가려 무심히 지나치던 뒷마당 그늘에

가늘가늘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끝에 나비인듯 헛것인듯 춤을 추듯 흔들거리는 꽃댕강을 처음보았다.

앞마당 햇볕이 잘드는 나무밑에피는 작은 풀꽃들까지도 훤히 꿰고있었으면서 뒷마당의 그늘속에

하늘거리는 꽃댕강의 춤을 그동안 알아채질 못하다니.

그저 밝고 환한곳만 눈에 잘 띄는 곳만을 유심하지 않아도 그냥 누구나 다 볼 수있는 곳만을 봐왔던것이다.

한여름에서 10월까지 내내 꽃을 피우는 꽃댕강의 청초한 춤사위를 알아채지 못하였다니~

하기사 우리네 삶도 아무리 완벽하려 애를 써도 구석진 곳이 있게 마련이려니.......

 

주말을 기다리던 홀탱님 두물포도를 사러가자며 전에 받아온 명함을 찾아 전화를 한다.

"두물포도 수확이 시작됐습니까?  네? 두물이 아니라 두벌이라고요?

두번째 열리는 포도라서 두벌이라고 한다고요? 두물이아니고요."ㅎ

 

그러니까 두벌을 두물로 알아듣고 온 홀탱님~

주말이 되자 두벌포도를 사러가자고 배낭과 비닐봉지를 준비한다.

영 떫더름한 마눌을 앞세우고 운동삼아 갔다오자며 자전거를 내려놓는다.

어떡혀~ 바늘이 간다는데 실이 가야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거슬러 목감천으로 들어가서 목감천을 타고 올라가 물왕저수지교차로에서

안산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조금만 지나면 포도가판대가 군데 군데 있다.

자전거를 타고간 우리를 보고 어이없는 웃음으로 맞이하는 젊은 아낙은

"아니 차를 가지고 오시는 줄 알았어요.  자전거로 어떻게 가져가실려고~  아이고 , 덤을 드리고 싶어도

어떻게 가져가실까 걱정이네요."

" 덤이요? 주시기만 하면 가져갈 수 있어요.  걱정마시고 덤, 주세요."   푸하하하하하

덤까지 챙겨서 두벌포도 5킬로 한상자 첫물포도 한상자를 메고달고 왔다.

참말로 못말리는 홀탱님과 그 아내다.ㅎㅎ

 

 

아파트 뒷벽에 기대어 가냘프리만치 낭창낭창한 가지끝에 핀 꽃댕강이 그늘속에 청초롬하다.

 

9월 25 아침햇살이 멋진 그림자 놀이를 한다. 

이렇게 선명하고 멋지게 들창문의 그림자를 만드는 날은 일년에 며칠이나 될까?

며칠 되지 않는듯하다.

 

9월 28일.  잠자리 들기전 창문을 닫으며 바라본 달은 어느새 반달이 되었다.

 

두번째 열리는 두벌포도.

 

 

이제는 발효숙성되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고도를 기다리며~  ㅎㅎ

산다는것은 알 수 없는 미래를 내일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일까?

 

아파트 마당가 은행나무가 바람에 익은 은행을 떨궈 놓았길래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주워 과육을 발라내고 햇볕에 말렸다.

 

 

 

알이 꽉찬 은행알을 후라이팬에 구웠더니~  윤기 자르르 녹색빛깔에 옥구슬같다.

맛은 쫄깃쫄깃 쌉쌀하면서도 구수하다.

쌉쌀하지만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과 구수함에 쌉쌀함이 상쇄되어진다.

내 일상의 맛처럼~

 

댕강댕강 잘리워지는 가냘픈 가지끝에서 꽃을 피우는 청초롬한 꽃처럼

거대한 건물의 뒷벽 그늘에서도 환하게 그늘을 밝히는 꽃댕강같은 사람들이 있다. 

작지만 그늘에서도 아름다운 사람들~

소소한 일상속에서 작은 행복에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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