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말의 무더위가 한창인 날 중북이라는데
몇날 며칠을 준비한 일정이 어그러지고 차려
입은 복장을 벗어버리자니 또한 진땀나는 일
내친김에 무작정 떠난 길이었다.
전철을 타고 간 곳이 세미원 때늦게 찾아간
세미원의 풍경은 한여름이다.
연꽃은 대부분 지고 무성한 잎파리들이 시원한
초록으로 눈을 시원하게 해 줄뿐 수변의 공기는
후텁지근하다.
세미원은?
한강 수변의 수생식물중 환경 정화능력을 실험
재배하고 현상을 교육하는 환경교육과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여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배움터다.
세미원의 어원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觀水洗心. 觀花美心)
옛 말씀에 근거를 두어 누구든지 이 터전에
오시면 흐르는 한강물을 보면서 마음을
씻어내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모든길을
빨래판으로 조성하였고 수련과 연꽃을 보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미원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서두르지 마라 그러나 쉬지는 마라.
나이 칠십에도 소녀처럼 명랑한 수다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두 할머니 아니 인생
선배, 아니 언냐들의 수다에 심심치 않았던
나들이였다.
얘 얼마나 멋진 말이니?
걔 조그마한게 아주 야물딱지게 생겼잖니?
우리? 국민학교 동장이야~ 호호호
그녀들의 명랑한 수다에 나는 빨려 들었다.
그 애는 산수를 참 잘 햇어.
나는 어려운 산수를 힘들어 했는데 그 애는 어려운
산수도 척척 잘 풀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앤 연필로 왜 이빨을 쑤셨는지 몰라.ㅋㅋㅋ
이빨 새에 까만 석연 가루가 항상 끼었겠지?ㅋㅋ
우리 아버지 교동국민학교에서 일등을 놓친 적이 없었어.
그래서 공부 못하는 사람은 사람취급도 안했다니까.
우리 언니 오빠 다 서울대 들어가는데 나 중간 대학
갔다고 사람대접도 못 받았는데 그래도 내가 세계 여행 다
시켜드리고 70년대에 유럽일주를 두번이나 시켜 드렸더니
나중에야 조금 나를 사람 대우 해 주시더라구.
지금은 연세드셔서 치매로 고생하시는데
젊어서는 말씀도 없으셔서 말 많은 사람들 무슨 할
애기들이 많으냐고 하시던 분이 지금은 세상에 욕이라는
험한 욕은 다 하셔~
우리 어머니는 젊어서 말을 많이 하셨는데 늙어서는 조용
하게 아주 얌전하게 돌아가셨어.
그러니까 젊을 때 수다 많이 떨고 늙어서 조용하게 얌전히
가야돼. 수다야 수다. 수다가 치매에 약이라니까.
사람이 똑똑한거 하고 치매는 별개야.
얘 이태영 여사님 봐라 그렇게 똑똑하시던 양반이 치매로
돌아가셨잖니?
그녀들의 수다는 환승역인 옥수역에서 내릴 때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