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가을비 내리는 날

두레미 2011. 11. 11. 12:19

 

 

 

 

가을비가 내리는 날

촉촉히 젖은 메리골드가 함초롬하다.

발몸발몸(우리 엄마의 사투리 말) 동네 길을 걸어

가다가 교회 마당을 받쳐올린 언덕에 가을비를

흠뻑 맞고 함초롬이 피어있는 꽃이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지나가시던 할머니께서도 내 모습을 지켜보시다가는

나도 이꽃의 씨를 받아야되는데~

여문게 있을라나~? 하시며 내 옆 축석으로 올라 서신다.

꽃이 참 이쁘지요?

이뻐~!

꽃이 시들어 씨앗이 여물었을것 같은 씨방을 두어개

따서 드리니 바로 비벼 까보시고는 무에 이렇게 부들부들 햐~

아직 안영근것 같어~ㅎㅎ

에고 할머니 다 여물었어요.

이렇게 까맣게 되면 다 여문거예요.

근데 왜 이렇게 부들거려?

그야 비가와서 젖어 그렇지요.

가져가셔서 잘 말려 두었다가 내년에 심으세요.

그럴까?

 

가을비에 젖은 낙엽이 촉촉하겠다.

올 가을엔 낙엽을 쓸지 않고 그냥 두어서 낙엽 밟는 재미에

달큰한 낙엽냄새가 참 좋은데 이 비에 젖은 낙엽은 또 얼마나

부드럽고 달착지근할까나~

어제 오후 집안일을 서둘러 끝내놓고 몸도 풀고 마음도 풀고

안양천으로 내달아 낙엽쌓인 뚝방길을 거닐었다.

요 며칠 조금 힘들다하게 집안일을 했더니 몸에 무리가 왔나보다.

뒷목덜미를 중심으로 뒤통수와 어깨까지 근육이 뻣뻣한게 고개를

숙이기도 돌리기도 어렵다.

손도 저리고 어깨 근육도 자주 뭉치는데 엥~

밤새 별 상상을 다 하다가 자주가는 내과를 찾았더니

혈압도 정상 증세도 염려할것이 아니란다.

근육에 무리가 왔을것같고 손저림도 손을 많이쓰니

혈관이 힘이들어 좁아져 생기는 현상이라며 무조건 손을 조금

쉬게 하는 수 밖에 없단다.

손을 쉬게하라.

주부의 손을 쉬게하라~

별일 아니라는 말씀에 휴~ 한숨돌리며 예, 예,

대답을 하고 나왔지만 내 손을 어떻게 쉬게 한담?

비에 젖은 낙엽같다. 내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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