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는 날
촉촉히 젖은 메리골드가 함초롬하다.
발몸발몸(우리 엄마의 사투리 말) 동네 길을 걸어
가다가 교회 마당을 받쳐올린 언덕에 가을비를
흠뻑 맞고 함초롬이 피어있는 꽃이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지나가시던 할머니께서도 내 모습을 지켜보시다가는
나도 이꽃의 씨를 받아야되는데~
여문게 있을라나~? 하시며 내 옆 축석으로 올라 서신다.
꽃이 참 이쁘지요?
이뻐~!
꽃이 시들어 씨앗이 여물었을것 같은 씨방을 두어개
따서 드리니 바로 비벼 까보시고는 무에 이렇게 부들부들 햐~
아직 안영근것 같어~ㅎㅎ
에고 할머니 다 여물었어요.
이렇게 까맣게 되면 다 여문거예요.
근데 왜 이렇게 부들거려?
그야 비가와서 젖어 그렇지요.
가져가셔서 잘 말려 두었다가 내년에 심으세요.
그럴까?
가을비에 젖은 낙엽이 촉촉하겠다.
올 가을엔 낙엽을 쓸지 않고 그냥 두어서 낙엽 밟는 재미에
달큰한 낙엽냄새가 참 좋은데 이 비에 젖은 낙엽은 또 얼마나
부드럽고 달착지근할까나~
어제 오후 집안일을 서둘러 끝내놓고 몸도 풀고 마음도 풀고
안양천으로 내달아 낙엽쌓인 뚝방길을 거닐었다.
요 며칠 조금 힘들다하게 집안일을 했더니 몸에 무리가 왔나보다.
뒷목덜미를 중심으로 뒤통수와 어깨까지 근육이 뻣뻣한게 고개를
숙이기도 돌리기도 어렵다.
손도 저리고 어깨 근육도 자주 뭉치는데 엥~
밤새 별 상상을 다 하다가 자주가는 내과를 찾았더니
혈압도 정상 증세도 염려할것이 아니란다.
근육에 무리가 왔을것같고 손저림도 손을 많이쓰니
혈관이 힘이들어 좁아져 생기는 현상이라며 무조건 손을 조금
쉬게 하는 수 밖에 없단다.
손을 쉬게하라.
주부의 손을 쉬게하라~
별일 아니라는 말씀에 휴~ 한숨돌리며 예, 예,
대답을 하고 나왔지만 내 손을 어떻게 쉬게 한담?
비에 젖은 낙엽같다. 내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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