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구구구구~구구구구~

두레미 2011. 10. 6. 10:48

 

 

구구구구~ 구구구구~

아침저녘으로 신비둘기가 노래를 한다.

어릴적 마당에 밀집 멍석을 깔아놓고 저녘을 먹을 때면 마당가에 있는

커다란 가중나무에 앉은 산 비둘기가 울어댔다.

구구구구~구구구구~

그럴때면 우리 어머니는 저 혼령이 또 울러대네.하면서 들려주시던~

 

 

옛날 옛적 가난한 농촌 마을에 마눌을

일찍 여의고 딸과 살던 홀아비가

재혼을 해서 새 마눌을 들였댜.

올매나 삭삭하고 딸도 친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약속헌다고 혀서 그말을 믿었지. 

혼자서 딸을 키우던 아비는 딸한티

새 어머니가 생겼으니 혼자 두고

일을 나가도 안심허고 더욱더 열심히 일을 혔지.

아침일찍 나가서 저녘이 되어서야 들어왔지.

새 엄마 말 잘 들으라고 일르고

새 마늘에게는 딸을 부탁허면 염려말라고

금방 간이라도 빼 줄것 처럼

상냥하게 말하는 새 마눌을 믿었지.

든든한 마음으로 이제야 한숨 돌리는구나

혼자서 외롭게 집을 지키던 딸도

외롭지 않고 끼니 해결을 위한 걱정도

덜었고 열심히 일하면 알콩달콩

행복한 삶이 이어질거라 믿었어.

저녘늦게 들어오면 새 마눌은 언제나

아이는 먼저 밥을 멱였다며

둘이서 겸상을 해서 저녘을 먹었댜.

간 녹이는 새 마눌의 얘기를 감쪽같이 믿은거여.

아침 일찍나가 저녘늦게야 들어오는 아비는

갈 수록 말 수가 없어지고

야위어가는 딸을 눈치채지 못했댜.

새 마눌은 어린것이 하루종일 뛰어노느라

노곤혀서 일찍 잠이 들었다고

둘러대면 그런줄 알고 저녘을 많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면 그렇게 믿고

아비가 없는 낮 동안 아이는 힘에 부치는

집안 일 허느라 배곯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새 마눌 말만 철썩같이 믿었어.

딸이 새 엄마가 구박하고 밥을 안 준다고

이르면 저렇게 좋은 새엄마가

그럴리 없다며 믿으려 들지 않았댜.

새 마눌 농간에 눈에 명태 껍질이 씌었는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겨.

아비는 그저 새엄마에게 감사허고

이름말 잘 듣고 새엄마를 도우며 잘

지내라고 아이를 타이르기만 했지.

그러니 딸은 아비한테도 말 못하고

 새 엄마의 구박은 날로 심해지고~

 

여름이 저물어가는 어느날 아비는

여늬때와 같이 새 마늘과 겸상을하여

맛있게 끓고 있는 매운탕을 먹고 있었댜.

먼저 밥을 먹었다는 딸은 부엌에서

아비의 숭늉 심부름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었지.

 새 마눌과 주거니 받거니 저녘을 먹고 있는디

제발 한숟가락만 뜨게 해다오. 또 놓쳤네. 또 놓쳤네.

하며 간절하게 숟가락질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겨.

그려서 부엌에 나가보니 딸아이가 맑은 물에

살아있는 송사리를 숟가락으로 뜨려고

애를 쓰고 있더랴.

아비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고

터지는것 같은 죄책감과 어리석음으로

주저않아 통곡을 혔다능겨.

천치같은 아비는 새 마눌이 자기한테

잘 하는 것 처럼 딸에게도 잘 해 줄거라

철썩같이 믿었던겨.

그제서야 어리석음을 깨달은 아비는

당장에 새 마늘을 내 쫓았댜.

허지만 그동안 굶주림과 힘든 짐안일에 찌들려서

병이든  아이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댜.

그려서 아비는 죽은 딸을 안고 통곡을 혔댜.

지집죽고~ 자식죽고~

그 아비도 딸을 안고 통곡하다가 죽었는디

죽어서 산 비둘기가 됐댜.

그래서 지금도 때가 되면 저렇게 슬피 운댜.

지집죽고~자식죽고~

구구구구~구구구구~

 

오늘도 산비들기 노래소리 구슬프다.

 

 

 

 

'물처럼 바람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비 내리는 날   (0) 2011.11.11
억새야 억새야  (0) 2011.10.24
텃밭  (0) 2011.09.29
2011년의 여름  (0) 2011.09.17
축령산에서  (0) 201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