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구구~ 구구구구~
아침저녘으로 신비둘기가 노래를 한다.
어릴적 마당에 밀집 멍석을 깔아놓고 저녘을 먹을 때면 마당가에 있는
커다란 가중나무에 앉은 산 비둘기가 울어댔다.
구구구구~구구구구~
그럴때면 우리 어머니는 저 혼령이 또 울러대네.하면서 들려주시던~
옛날 옛적 가난한 농촌 마을에 마눌을
일찍 여의고 딸과 살던 홀아비가
재혼을 해서 새 마눌을 들였댜.
올매나 삭삭하고 딸도 친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약속헌다고 혀서 그말을 믿었지.
혼자서 딸을 키우던 아비는 딸한티
새 어머니가 생겼으니 혼자 두고
일을 나가도 안심허고 더욱더 열심히 일을 혔지.
아침일찍 나가서 저녘이 되어서야 들어왔지.
새 엄마 말 잘 들으라고 일르고
새 마늘에게는 딸을 부탁허면 염려말라고
금방 간이라도 빼 줄것 처럼
상냥하게 말하는 새 마눌을 믿었지.
든든한 마음으로 이제야 한숨 돌리는구나
혼자서 외롭게 집을 지키던 딸도
외롭지 않고 끼니 해결을 위한 걱정도
덜었고 열심히 일하면 알콩달콩
행복한 삶이 이어질거라 믿었어.
저녘늦게 들어오면 새 마눌은 언제나
아이는 먼저 밥을 멱였다며
둘이서 겸상을 해서 저녘을 먹었댜.
간 녹이는 새 마눌의 얘기를 감쪽같이 믿은거여.
아침 일찍나가 저녘늦게야 들어오는 아비는
갈 수록 말 수가 없어지고
야위어가는 딸을 눈치채지 못했댜.
새 마눌은 어린것이 하루종일 뛰어노느라
노곤혀서 일찍 잠이 들었다고
둘러대면 그런줄 알고 저녘을 많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면 그렇게 믿고
아비가 없는 낮 동안 아이는 힘에 부치는
집안 일 허느라 배곯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새 마눌 말만 철썩같이 믿었어.
딸이 새 엄마가 구박하고 밥을 안 준다고
이르면 저렇게 좋은 새엄마가
그럴리 없다며 믿으려 들지 않았댜.
새 마눌 농간에 눈에 명태 껍질이 씌었는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겨.
아비는 그저 새엄마에게 감사허고
이름말 잘 듣고 새엄마를 도우며 잘
지내라고 아이를 타이르기만 했지.
그러니 딸은 아비한테도 말 못하고
새 엄마의 구박은 날로 심해지고~
여름이 저물어가는 어느날 아비는
여늬때와 같이 새 마늘과 겸상을하여
맛있게 끓고 있는 매운탕을 먹고 있었댜.
먼저 밥을 먹었다는 딸은 부엌에서
아비의 숭늉 심부름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었지.
새 마눌과 주거니 받거니 저녘을 먹고 있는디
제발 한숟가락만 뜨게 해다오. 또 놓쳤네. 또 놓쳤네.
하며 간절하게 숟가락질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겨.
그려서 부엌에 나가보니 딸아이가 맑은 물에
살아있는 송사리를 숟가락으로 뜨려고
애를 쓰고 있더랴.
아비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고
터지는것 같은 죄책감과 어리석음으로
주저않아 통곡을 혔다능겨.
천치같은 아비는 새 마눌이 자기한테
잘 하는 것 처럼 딸에게도 잘 해 줄거라
철썩같이 믿었던겨.
그제서야 어리석음을 깨달은 아비는
당장에 새 마늘을 내 쫓았댜.
허지만 그동안 굶주림과 힘든 짐안일에 찌들려서
병이든 아이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댜.
그려서 아비는 죽은 딸을 안고 통곡을 혔댜.
지집죽고~ 자식죽고~
그 아비도 딸을 안고 통곡하다가 죽었는디
죽어서 산 비둘기가 됐댜.
그래서 지금도 때가 되면 저렇게 슬피 운댜.
지집죽고~자식죽고~
구구구구~구구구구~
오늘도 산비들기 노래소리 구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