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창고

죽순

두레미 2011. 6. 3. 10:25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점심 준비에 바쁜데 인터폰 소리가 요란하다.

누구세요?

택뱁니다.  

???

딸 숙이 택배 올 거 있니?

설래설래.

웅?

초인중이 울리고 택배 아저씨 커다란 종이 상자를

어깨에 메고 있다.

착불 입니다.

상자위에 커다란 글씨로 수우박~

아고 우리 여사님 땜에 내가 몬살어~ㅎ

푸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허리 꼬부라지게 들어다 놓고 상자를 열어보니 우리 엄마표 택배다.

지난번 쑥캐러 갔을 때 죽순이 나오면 지난 번 처럼 까지 말고 그냥

몇개만 따서 보내주셔요?  엄마 힘들면 냅 두시고~

그리고는 잊어버렸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리바리 택배가 왔다. 

전화를 드리니 수영장에 와 계시다는 엄마께 난 그저

아이고 엄마~ 아이고 엄마~를 연발 한다.

힘드신데 무얼 이리 많이 넣으셨어요~

"니가 죽순 따 보내랐잖여? 히히~

상자상자 혀서 마루에 놓고 나왔더니 기사덜이 알아서 가져 갔데.

돈은 얼마나 받데?"

"엄마 택배비는 눈꼽만큼도 안댜~ 엄마 정성에 비하면요.

엄마 덕분에 별거별거 다 먹어보겠네.  잘 먹을게요."

"이~ 그려."

 

 

 

 

 

우리가 어릴적엔 죽순이래야 커다란것이 우리 엄지 손가락 만 하면

크다고 했었는데 지구 온난화의 실감이 느껴지는것이 지금은 죽순이

내 장단지 만큼 커다랗게 올라온다.

어릴적엔 가느다랗게 올라오는 죽순을 꺾어다가 반으로 갈라 굵은 소금을

뿌려 아궁이 불에 구워 먹었었다.

가는 죽순으로 그저 나물 정도였지 그렇게비싼 요리 재료인줄도 몰랐었다.

어떻게 요리해 먹는 줄도 잘 모르면서 욕심을 내니 우리 엄마 몇해전엔 딸이

껍질까기 힘들까봐  다 까서 보내셨더란다.

상자를 열어보니 연한 죽순이 다른 물건에 치여서 다 으스러져 물러 터진채

왔었다.

올 핸 우리 엄마 잘 하셨네.

오후 내내 죽순 까서 다듬고 삶느라 바빴다.

인터넷을 찾아 참고하면서 쌀 뜨물에 삶아 내 방식대로 꾸득꾸득 마르면

냉동 보관하였다가 요리 실습을 해 봐야겠다.

연한 속껍질을 따로 모아 쌀뜨물에 삶아 참기름 넣고 무치니 맛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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