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자욱하던 안개는 온통 새상을 침잠시킨듯 하더니
쌀쌀한 기온에 쓸리워져 구름이 되더니 비를 뿌려 공기를 맑게 한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맑고 투명해서 내마음 깊은 곳까지 비추는 듯 하다.
단풍잎을 비추어 반사되어지는 빛은 눈이 부시어 실눈으로
단풍잎의 잎맥을 따라 시간 여행을 떠난다.
"레미언니 이번 토요일 오후에 시간 있으세요?"
"응. 아직 특별한 약속은 없는데."
"그럼 제가 선약할께요."
"무슨일인데?"
"제가 유화를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전시회를 하거든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사기 진작 차원에서 선생님께서 가을 전시회를
하신다고해서 수강생들 작품 전시회가 있어요. 좀 창피하지만 언니를 초대하고 싶어요."
"그래? 이런 영광이 있나. 그림은 잘 모르지만 기꺼이 그 영광응 누려야지."
"언니 고마워요."
사보집필에 한몫을 담당하면서 글이며 그림솜씨를 발휘하던 그녀가 수줍게 말한다.
항상 수줍은듯 겸손한 그녀의 태도가 노영심을 연상케한다.
언제나 조근조근 한템포 쉬어가며 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쫀득한 맛이 있다,
수줍은 듯 하면서도 언제나 솔직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심이 많아서 배우려는 욕구가 강했던 그녀.
맞선 보았다는 이야기며, 데이트 했던 이야기들을 수줍은 미소와 함께 하던 그녀가
어느날인가는
"언니 나 어제는 큰길 가은데서 얼마나 챙피했는지 몰라요. 그사람 중고차 하나 샀다고
드라이브 시켜준다고 나오라해서 기대에 부풀어 나갔는데 차를 타고 오백미터도 못가서
시동이 꺼져서 도로 한가운데서 얼마나 망신스러웠는지 몰라요. ㅠㅠ"
"푸하하하~ 그래서 내려서 차를 밀었어? 그래도 그마음이 얼마나 가상해."
그 뒤로도 그들의 만남은 이어졌고 결혼해서 아이둘을 낳아 오붓한 가정을 꾸렸다.
단란한 가족사진을 동봉한 편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어진 그녀를 만나러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녀의 눈빛과 표정에서 내가 항상 느끼던 그녀의 인상은 그림에 비유하면 유화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림을 잘 모르면서 나는 곧잘 사람을 그림을 연상하여 비유해보기를 좋아한다.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사람, 유화처럼 숨은 많은 재능을 가지고있는 다재 다능하고 신비로운 사람,
수묵화처럼 담백하면서 깔끔한 사람, 사군자처럼 확실하지만 여백이 있는 사람,
파스탤톤 화 처럼 부드러운 사람, 색연필 화 처럼 수수한 사람, 등등...
밝은 햇살에 반사되는 고운 단풍색에 눈이 부신 오후 시간속으로 여행을 떠나 허름한 건물의
이층 옥상에 마련된 그녀의 풋풋한 작품들을 설명과 함께 둘러 보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햇던
추억들을 더듬으며
눈을 내리깔고 수줍게 웃는 그녀의 미소와
그녀가 그린 그림들과
그 그림을 비추던 오후의 햇빛사이를 거닐어본다.
아름다운 단풍에 반사되는 햇빛이 눈부신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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