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말로 아이들 학기도 사실상 다 끝이났다.
하나둘 종강이 시작되고 리포트 제출도 끝이나고
여유로운 날들이다.
저녘이면 밤늦게까지 영화도보고 인터넷도 하고
늦잠도 늘어지게 잔다.
오늘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들이 슬금슬금 다
가오더니, "엄마 자전거같이타실래요."
그동안에 몇번 제안을 해도 실실 웃기만 하던 녀석이
오늘은 먼저 말을 한다.
"오메 듣던중 반가운소리, 좋지. 그런데 아침도 안
먹었잖여?"
"나갔다와서 점심이나먹지요."
"그려도 배 안고프겄어?" "괜찮아요."
모자가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집안에서 생각했던것보다 밖은 훨씬 무덥고 후덥
지근하였다.
아들을 앞세우고 도림천을 지나 안양천으로 접어들고
한창 이쁘게 피고있는 원추리꽃을 옆으로 패달을 밟았다.
아들을 앞세우니 뒤따라오는 엄마가 걱정이되는지 자꾸만
뒤돌아본다.
"엄마걱정 하지말고 앞에보고 조심해서 가." 하면서도 마음
이 뿌듯하다.
젖먹이때 엎어재우는것이 유행일때 엎어재워놓고 시장에
다녀오니 엎어져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낑낑대며
고개를 쳐박고 울어대던 모습에 가슴 아리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쩍 자란 아들은 까치발을 해야 목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의젓하게 앉아 패달을 밟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벅차 오
르는 마음이 감사하다.
한강 합류 지점에 이르러 저전거를 멈추니 땀이 비오듯 한다.
한낮의 바람결은 뜨거운 지열과 시원한 바람이 물결처럼 일렁
이듯 밀려든다.
강변의 바람도 한낮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듯 하다.
생각 같아서는 강서 생태 습지공원까지 갔으면 좋겠는데 후끈
한 한낮의 열기와 요즘 한강 환경조성 사업인지 뭔지를 한다고
대형차들이 흙을 싣고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가 한창이어서 그만
돌아 오기로 하였다.
한낮의 뜨거운 땡볕아래 한강변에 나란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이 세상이 다 내것 같다.
햇볕도 뜨겁고 아들 배도 고플것 같고 일어서 자전거를 돌려서
안양천을 거슬러 올라오는길 180cm의 건장한 청년을 160cm의
뚱순이 엄마가 따라잡기란 쉽지가않다.
헉헉대며 뒤�아 오면서도 길섶의 꽃들보다 무성한 갈대보다 더
내눈에 아른거리는 아들은 내 피와 땀과 정성으로 가꾼 보물이기
때문일것이다.
의젓하게 앉아 자전거를 타는 아들의 뒷모습을 영원히 지워지지않는
사진으로 내 가슴속에 간직하는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