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인정사정없이 잘랐다.
가지로 뻗어있을 땐 엉성해 보이는데 잘라 놓으면 항상 수북하다.
감이 가지에 달려 있을 땐 엉성해 보여도 막상 따보면 그 갯수에 놀라고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라듯이.
수북한 가지를 쓰레기봉지 찢어질까봐 앉아서 소여물 자르듯이 짧게짧게 자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왼손으로 잎사귀와 가지를 보듬어 잡고 오른손의 손아귀에 힘을 주어 꽃가위로 싹둑싹둑 가위질을 하며 어릴적 소여물을 쓸며 짚을 고여주는 손과 작두를 누르는 손과의 장단에 집중하며 느끼던 긴장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뻐근한 손아귀를 몇차례 털어내며 마무리한다.
그득하던 베란다 공간이 훤해 졌다.
꼬물꼬물 올라오는 새순들이 또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하루하루 자라는 새순이 신기하다가 공간이 그득해 지는줄도 모르고 또 한 해가 가고 어느날 그득한 공간이 또 답답해 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