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가끔
재량휴일로 하루쉬는 남편 느즈막한 오전
자전거를 타고 잠수교건너 내려와 성산대교
건너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는다.
늘어놓은 반찬을 보더니 고추장에 풋고추 하나 먹으면 맛있겠다며 풋고추 있느냔다.
있지요.
좋아하는 흰라면을 삶아 먹다가 풋고추를 먹더니
이내 다시 집지 않고 그대로다.
풋고추 맛있겠다더니 왜요?
라면이랑 먹으니 더 맵고 생각보다 맛도... ㅎ
마주 앉아 남편이 먹다 놓은 풋고추 접시를 바라보다 아버지 생각이나서 주절주절 아버지 얘기를 했다.
예전 아버지는 여름이면 한나절 들일하고 늦게늦게 들어오셔서 꽁보리밥 한사발에 찬물 말아 고추장에 풋고추를 찍어 드시면서도 아작아작 그렇게 맛있게 드셨는데...
풋고추를 따러 남새밭에가는 나에게
''다다 매운것으로 따와라. 붉을라구 물든 붉으디티 한것으로다가 따와. 그때가 제일 매운 때다.'' 하셨는데~
난 아버지 삼베 등걸이에 밴 땀냄새가 그렇게 향긋한게 좋아서 아버지 등뒤에 앉아서 일부러 그 땀냄새를 맡았어. 우리 아버지 땀냄새는 이상하게 꿀꿀하지 않고 향긋 했거든?
얘기를 하는동안 왈칵 쏟아지는 눈물과 폭풍처럼 달려드는 그리움을 멈출길이 없었다.
눈을 비비는척 일어나 마루를 서성거리며 뜬금없는 날씨 얘기와 베란다 화초얘기를 하며 마음을 가라앉혀 보려해도 진정되지가 않았다.
소리내어 실컷 울고싶은 충동은 요즘 내 마음이 참 쓸쓸한가보다. 오후내내 흐르는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ㅎ
살다가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오늘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