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방

콩깎지로 콩을 삶으니

두레미 2016. 9. 3. 10:14

삼국지에 간웅으로 불리는

조조에게는 몇명의 아들이 있었답니다

 

조비는 둘째 아들로 조조의 뒤를 잇고

조식은 넷째 아들로 술을 좋아하고

시를 잘 짓기로 유명한데

사람들의 신망이 두텁다 보니

조비에게 조식은 항상 눈엣 가시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왕권이란 혈육의 정도 끊어 놓는 것이

동서 고금에 한두번 있는 일은 아니지만

조비는 기회를 보아 꼬투리를 잡고

조식을 제거할 계책을 생각합니다

 

조비가 어느 날 조식을 불러 말하기를

네가 평소에 시를 잘 지어서

아버지의 총애를 많이 받았었는데

내가 보는 앞에서 일곱 걸음을 떼기전에

시 한수를 지어 보도록 하여라

 

만약에 짓지 못하게 되면

그에 응당한 벌을 내릴 것이니라

하며 물고를 내버릴 태세입니다

 

눈앞이 아득하게 된 조식은

큰 숨을 한번 쉬고 나서 걸음을 떼며

형제兄弟라는 제목의 시를 짓는데

이러합니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콩깍지로 콩을 삶으니

콩이 솥 안에서 울고 있다.

원래 한 뿌리에서 자랐는데

서로 삶는 것이 어찌 이리 급할까?.

 

:煮 :삶을자  燃:불탈연 釜:솥부

萁:콩대기  泣:울읍  煎:구울전

 

이렇게 시를 마치고 났을 때

조식은 일곱 걸음을 막 떼 놓고 있었고

조비는 아우가 사관死關에 처해 지은 시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생각하여

조식을 놓아 주었다고 합니다

 

어찌 형제만 그러합니까

 

부부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우리가

본시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머리 속에 생각할줄 알면

용서도 가능하고 화해도 가능하며

이해도 가능하고 포용도 가능한 것이

우리 사는 세상입니다

 

송순의 시에서처럼

십년을 노력하여 이룬 집에

방이 세칸입니다

 

내가 한칸 사용하고

달님 한칸 빌려 주며

맑은 바람 식객되어 들고 나게 하니

강과 산은 너무 커서 들일데 없어

그냥 둘러 두고 보리라는 글귀 속에

우리가 얼마나 부질없는 욕심과

해서는 안될 일들을 저지르고 살고 있는지

한번 돌아 보게 하는 글입니다

 

한 생각 돌리면

여기가 극락이고

한 생각만 비우고 나면

머무는 자리가 정토인것을.....

'스크랩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웃다(獨笑) ㅡ정약용  (0) 2022.09.02
두번은 없다.  (0) 2018.05.01
포정의 이야기   (0) 2016.09.03
한옥의 구조와 명칭  (0) 2016.09.03
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  (0) 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