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냉큼 집어 삼킨 추억~

두레미 2011. 6. 2. 10:40

유월의 첫날 신고식을 요란하게도 한다.

번개와 천둥으로 유월의 시작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내리던 비가 주춤하여 가방을 둘러메고 겸사 겸사 산책 겸

은행으로 마트로 나의 일상따라 흘러가고

비 그친 화단엔 옥잠화 잎이 금방 세수를 한듯 물기에 젖어 있다.

커다란 녹색 이파리를 흔들거리며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런다는데......ㅎㅎ

물기 머금은 녹색 하트가 싱그럽다.

 

 

 

 

유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장미는 피기 시작했지만

아~ 이제 유월이 시작됐으니 장미가 제철을 만났구나.

넝쿨 장미는 내리는 비와 바람에 꽃무게가 무거워 늘어졌다.

화단에 장미는 이제 막 꽃잎을 펼치며 목욕을 마치고 나온 처녀 같다.

 

 

 

 철늦은 철쭉이 새촘 맞다.

 

 

 은행 앞의 화단에 심어진 감나무에 핀 꽃이 비 바람에 떨어져

하늘이 뒤집어지기라도 한듯이 요렇게 작은 별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다.

꽃 목걸이 만들고 싶어라~

작고 앙증맞은 꽃들을 한 웅큼 주워 화단 경계석위에 뿌려놓았다.

지나가던 중년의 여인들

"어머나 감꽃이다. 그래. 그래.

우리 어릴적 꽃을 꿰어 목걸이 만들었었지?

어머~ 옛날 생각나서 그러시는거지요?

그래 우리도 감꽃 주우러 많이 다녔어.

목걸이 만들어 걸고는 하나씩 빼먹었는데 달착지근 해~"  하면서

감꽃 하나를 냉큼 집어 먹는다.

옆에 있던 그녀들 깜짝놀라며

"아니 이건 무공해가 아니란 말야.~"

하하하~ 호호호~

생면 부지의 여인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어 먹었다.

 

 

 

 

 

 

 

햐얀 쌀밥같은 꽃을 수북수북 이고 있던 이팝꽃이 지고

산딸나무 꽃이 하얗게 피었다.

나무가 높아 멀리서 보아야 꽃을 볼 수 있으니 가까이 가면

이렇게 낮은 가지 사이에 핀 꽃으로 대신 할 수 밖에.

조경으로 심어져 화단이나 정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산딸나무 꽃이 한창 이쁘다.

삭막한 도회지의 건물들 사이에서도 철 따라 피고 지는 꽃을 볼 수 있으니

메마르기 쉬운 마음에 분수같아서 고맙고 감사하다.

비온 후에 걸어보는 동네 한바퀴가 상쾌하고 상큼하다.

 

 

중년의 여인들과 함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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