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맞이 아라뱃길
토요일 남편은 지인의 자제 결혼식에 참석하고 나는 경동시장에서 장보기를 하고.
일요일엔 직장 선배님과 자전거를 타러나간다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도 그냥 있기엔
너무 좋은 날씨를 핑계로 무작정 물 한병 매달고 가을맞이 아라뱃길을 나섰다.
그런데 서울사람 모두가 가을맞이를 나왔나보다.
안양천에서는 이쪽과 저쪽에서 마나톤이 열리고 자전거부대들도 번호표를 달고 달리고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가다서다를 반복해서 겨우 안양천을 빠져 나오니 한강변에도 역시나 사람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김포 갑문을 올라서서 아라뱃길에 들어서니 조금 한가해졌다.
가을 한강변은 각종 행사로 복잡하다.
강건너 난지 한강 공원에서 열리는 락 공연의음악소리에 한강의 물결도 춤을 추는 듯 하다.
안양천의 갈대와 억새밭. 자전거도로를 피해 천변의 샛길을 따라 나왓다.
한강변에도 강을따라 내려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아라뱃길에 올라서니 조금 줄었지만 역시 자전거 행렬은 여전하다.
굴포천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바람의 언덕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맑고 청아한소리로 가을 바람소리를 내고 있다.
한참을 서서 풍경소리를 들으며 가을바람을 느껴보았다.
여의도에서 덕적도까지 운항되는 여객선이 운하를 통과한다.
느린 속도에 한없이 한가롭게만 느껴지는 여객선과 빠르게 질주하는
경찰의 쾌속정이 엇갈리며 달린다.
사람들은 인공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데크의 포토존은 복잡하기만하다.
군데 군데 마련되어진 친수공원엔 그늘막과 정자들이 있어서 아직은 그늘이 부족한
아라길에 쉼터가 되어준다.
아직도 공사중이어서 서해 갑문까지 갈 수가 없다.
서해 갑문을 넘어 반대편으로 돌아오면 완전한 코스가 될텐데 아직도 공사중이니 아쉽다.
아쉬움과 실망으로 점을 찍는 사람들이 군데 군데 모여 앉아 쉼을 하고있다.
나들이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다.
세 젊은이들이 상기된얼굴로 멈춤을 하더니 여기가 끝이야?
에이 실망이다. 난 바다가 확트인 전망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
독산동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왔는지 독산동이 새겨진 똑같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
세 젊은이들이 아쉬움을 달래며 자리를 잡는것을 보며 젊은 미소가 싱싱하기도 하고
실망하며 흘리던 탄성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자그만 언덕의 잔디밭에 개똥 수박이 덩쿨을 늘이고 있어 자세히 보니 덩굴과 풀숲에 숨은
수박이 얼마나 이쁘던지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채 여물어가고 있었다.
언제 수박 따러 한번 더 와야 될라나 보다.ㅎ
돌아오는 길 한낮의 강열한 가을 햇빛이 오후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고
길가에 핀 수국에 비치는 맑은 햇살에 낱낱한 꽃송이가 눈부시다.
쉼터 옆 들국화가 정자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운치를 더한다.
딸을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는 아빠의 뒷 모습이 힘겨워보인다.
아빠는 숨을 헐떡거리며 딸한테
우리 저기 보이는 다리까지만 가자.헉허~억
아빠 더 가다가는 죽어버릴 것 같다. 허~억 헉
숨이차고 힘이들어 말하기도 어려운 아빠와 딸의 모습이 하도 재미있어서
앞서나갔다가 오기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힘들어 헉헉거리는데도 딸은 마냥 즐겁기만한 부녀의 모습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결국은 다리까지 다 못가고 쉼터에서 쉼을 하고있다.
아빠는 자전거에서 내리며
야~ 겨우 3킬로 왔는데 왜 이렇게 힘드냐~?
너무 힘들다.되게 힘들다를 반복한다.
이 땅에 가장노릇하는 힘든 아빠들의 초상이 그려지는 풍경이었다.
김포 갑문에 가까워지는 길가에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멋진 방화대교 밑 운동장에서는 서울시 무슨 자전거 대회가 열리고 있고 운동장을 한바퀴 빠르게 도는
경주를 진행중이다. 구별로 프랑카드를 내 걸고 응원을 하는사람들 그늘에 누워 쉬는 사람들
주변엔 온통 자전거와 사람들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까지 북새통.
가양대교 밑 그늘막에서 잠시 쉼을 하고 있는데 강가운데서 헤엄쳐오는 작은 거북인지 자라인지
머리만 내밀고 살랑살랑 헤엄쳐오고 있다.
가까이 오길래 카메라를 꺼내드니 물속으로 쏘~옥 잠수 해 보린다.
잠시 후에 다시 나타나서 가까이 오길래 한발짝을 띄었을 뿐인데 귀신같이 또 물 속으로 잠수. 쩝~
한강에선 요트 강습이 한창이고
이제는 많이 기울어진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