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마당

12월 18일~19일
1박2일 남편과 엄니께 다녀왔다.
을씨년스런 겨울 날씨에 엄니의 마당은 더욱더 을시년 스럽다.
더울땐 더워서 추울땐 추워서 걱정이다.
나이가 드니 추운것보다 더운것이 더 났다.
우리도 그러한데 고령이신 엄니야 오죽 하실까.ㅠ
일찍 어두워진 오후 마당에 들어서시며 우리집에 웬일로 불이 켜졌네.
센타 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시는 엄니의 두런거림에 문밖으로 나가 맞이하니 반색을 하시며 어쩐일로 큰딸이 다 왔으까?
오메 사위까정.
썰렁하던 집안에 온기가 돈다며 사람사는 집 같으다고 한얘기를 또하고 또 하신다.
엄니가 도돌이를 하실 때마다 그래 고작 1박 2일이야.
백번이라도 들어드리자.
하다가도 엄마 이제 그 얘긴 그만하고 다른거 물어봐요.ㅎ
나는 혼자살어.
늙은이 혼자사는게 우습지?
아녀요.
이만하면 씩씩하게 잘 사시는거예요.
근디 혼자 살응게 누구랑 얘기헐 놈이 없어서 입에 곰팡나게 생겼당게.ㅠ
그려서 낮에는 센타에서 재미나게 지내시다가 밤에 오셔서 편하게 잠만 주무시면 또 아침에 센타에서 모시고 가잖여요.
센타가 뭐허는덴디?
나는 그런데는 가본적이 없어.ㅠ
그리고 우리가 전화도 드리고 돌아가며 이렇게 찾아 오잖아요.
누가 전화를 혀.
암도 전화 안혀.
전화 하는놈 하나도 없어.
나 혼자 산당게.
오기는 누가 와 암도 안와. ㅠ
사리판단 명확 하시고
자식들 다 알아보시고 주변 이웃들 다 알아보시는데 단기 기억의 장애로 방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시고 같은 말을 반복 하신다.
아 어쩌란 말이냐.
엄니와의 대화에는
무한의 인내심으로 무장을 해야한다.
그리고 엄니와 함께 늙은 집은 돌아가며 고장이 난다.
이번에도 샘 모터가고장나 추운 겨울 물이 안 나오니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설비사에 전화해서 모터를 교체했다.
다행인것은 엄니의 우렁각시들이 방문 했을 때에 맞춰 고장이 나서 엄니가 센타에서 돌아 오시기전에 수리를 마친다는거.
자기주장 확실하신
우리 엄니는 참 복도 많으시다는데
우리 엄니만 모르신다. 고 하는데~
혼자 사는 노인의 일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책없이 너무 삭막하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