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봄맞이 시금치 떡국

두레미 2023. 2. 23. 22:05

봄맞이 시금치 떡국.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엄니께 다녀오고 된 감기몸살을 미리 앓았으니 참 다행이다.
봄맞이 행사로 장도 담그고 몇년 미룬 베란다 화분도 정리를 하고나니 몇년 묵은 찌든 때를 벗겨낸듯 개운하다.
이제 봄을 즐길 일만 남았다.

먼지와 물때 쩔은 화분들 햇빛에 바랜 푸석한 흙에 핀 이끼들 어디서 섞여왔는지 뽑아도 뽑아도 자라는 잡초들 삭아서 버걱버걱 부서지는 플라스틱 화분.
아침부터 화초 다듬고 흙 걷어내고 비우고 때낀 화분과 물때 쩐 받침대와 물받이들 닦아놓고.

오후부터는 비운만큼 채우고 갈아주고 거름과 비료 넣어주고 화초에 맞는 화분에 옮겨심고 다지고 자리 잡아 정리를 하고나니 어두워졌다.
점심을 먹으며 아무래도 오늘안에 다 못할것 같아 내일 마무리를 해야하나 했는데 갈데까지 가보자.
해가 기울어져 그림자가 지니 전등을켜도 햇빛과는 비교도 안된다.
더듬더듬 일은 더뎌지고 오후 일곱시가 다되어서야 끝냈다.
아흐~
드뎌 봄맞이 끝이다.

봄맞이 끝낸 오늘 저녁 메뉴는 떡국입니다.
점심때 물에 담가놓은 떡살을 건져놓고 육수를 끓이다가 남편이 장을 보던날 메모에 없는 시금치를 사오며
나 오늘 일 저질렀어요.ㅋ 했던 시금치가 생각나서 시금치 한포기 꺼내어 데치고 무쳐서 고명으로 올렸더니 밋밋한 떡국에 봄을 얹은듯 푸릇푸릇 화사하다.

떡국을 대접에 담아 상에 놓으니 남편이
떡국에 웬 시금치? ㅋ
오늘은 퓨전 떡국으로 시금치 떡국 입니당.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는데 파릇파릇 보기 좋구만요.

그런데 남편은 시금치먼저 다 골라 먹고는
나는 벌써 시금치 다 먹었네.
맛있어서 먹은게 아니고 걸리적 거려서 미리 골라 먹었을 뿐 이라고.
나는 시각과 미각을 다 잡았다 했는데 말여. ㅠ

맛있게 먹고 새 봄 힘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