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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의 마당
두레미
2021. 8. 14. 14:50
엄니를 주간 보호센타에 보내드리고 멍하니 앉아 엄니의 마당을 바라보는데 들고양이 가족이 엄니의 마당에 나타나 망을 보다가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샘가 물통에 다가와 물을 마신다.
뒤에는 고양이 가족이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엄니의 마당엔 칠남매의 뜀박질에 풀 자랄새 없었다.
봄비 내리는 봄이면 세수대야에 호미자루 들고 동네를 돌며 꽃모종을 나누고 얻으시어 꽃밭을 가꾸시고, 여름이면 밀짚멍석에 큰 두레상을 펴놓고 햇밀가루 빻아다 밀가루반죽 서너덩이 굵은 땀방울로 간이배인 칼국수 한솥 끓여내셨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모기불에 매운 눈을 비비다가 별을보며 잠이들면 업어다 방에 뉘어도 모르게 골아 떨어졌었다.
마당가엔 단수수가 자라고 학교갔다 돌아오면 단수수 꺾어 먹기좋게 토막내 놓으시고 껍질까는법을 가르쳐주셨다.
그 달착지근한 단수수는 설탕이 나오며 사라졌나?
어느 세월엔가 단수수는 볼수없는 간식이 되었다.
단수수를 까다 입술을 베이는 놈.
손가락을 베이는 놈.
아프다고 징징거리면서도 단물이 죽죽 나오는 단수수를 포기 할 수는 없었지.
그러저러한 추억이 깃든엄니의 마당도 이젠 엄니따라 늙어 흙도 쓸려나가고 풀도자라고 맛나던 단수수도 사라지고 꽃밭도 무섭게 세를 키우는 풀들에 치여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엣날같지 않은 몸과 마음은 꽃을 가꾸는것도 풀을 뽑는것도 아예 손을 놓아 버리셨다.
"풀이 호랭이 새끼치게 생겼어."
정신줄을 놓으신 엄니의 마당엔 풀들이 자라고 들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