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사라져 가는 것들과 추억

두레미 2021. 1. 29. 12:37

사라져 가는것들과 추억

지난 연말 갈무리 끝나고 카페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 속속 오라오는 잡곡들.

쌀이 귀하던 시절 쌀을 보충하던 잡곡들을 이제는  건강식으로 귀하게 거래 되고 있다.
어릴적 산비알을 일구거나 논두렁 밭두렁 자투리땅이건 부실한 작물밭의 빈 공간에도 잡곡을 알뜰하게 심어 가꾸던 시절이었다.

어느해인가 아버지는 고구마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빈 땅에 스슥(조.좁쌀) 모종을 심으셨다.
고구마순이 땅을 다덮고 스슥도 무럭무럭 자라 가을이 되자 탐스럽게 익어 늘어졌다.
읍내를 나가는 나루터 길가 고구마 밭의 스슥 이삭은 지나는 사람들마다 욕심을 냈다.

오메나 스슥을 어쩌면 저렇게 탐스럽게 잘키웠댜.
발걸음을 멈추고 감탄하는 사람들.
고구마가 땅속에서 살을 찌우고 스슥도 알곡이 영그는데 어느날부터 스슥 모가지가 하나둘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그시절엔 좋은 씨앗을 받기 위해 남의 밭 작물에서 수수나 스슥 같은 잡곡의 모가지를 한두모가지 꺾어 가는것은 예사였다.
그러나 지나는 길가 밭의 스슥을 탐내는 사람이 많으니 스슥 모가지는 거의 절반 가까이 잘려 나갔다.

힝! 
어린 마음에 잘려진 스슥 모가지에 속상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우리 아버지
좋은 씨앗은 나눠야 된다며 빙그레 웃음만 지으셨다.

카페 장터에 나온 노란차조를 보며 그리운 아버지를 추억하며 차조와 청국장 주문을 넣고 청국장과 같이 주문 하신분들은 조금 기다리셔야 된다는 말에 잊고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고 해가 바뀔 때쯤 어라?
궁금해 문자를 넣었더니 다 보내드렸단다.

확인해 보니 실수로 빠트렸다고.
진실하고 똑소리 나시는 판매자분께서 거듭 미안하다시며 급히 보내주신 잡곡과 덤들 온라인 장터에서도 훈훈한 인심과 정이 오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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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곡식을 민간에서 “서슥, 서숙, 스슥” 으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자로는 기장서(黍), 조속(粟) 이므로 “서속”을 비슷하게 부르는 것이다. 조는 우리의 고유어로 보인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의 기록을 보면 1,500년대부터 “조, 좁쌀”이 나오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른다. 조는 알곡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1,000립을 모아야 겨우 2~3그램에 불과하고, 누가 세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1리터로는 20만립 이상이 된다. 조 이삭 하나의 알곡을 세보면 5,000 ~10,000립이 되므로 한 알의 종자가 커서 만개가 되니 일립만배(一粒萬倍)란 말이 성립한다. 즉, 번식을 하는데도 매우 유리하다.


  ㅡ네이버 블로그 토종이야기에서 빌려 왔음.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