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총 맞은것 처럼

두레미 2020. 10. 20. 11:31





총 맞은것처럼 2

마루에 앉아 짐정리 하는 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엄니께서 그러신다.
''올해는 비가 안와.
비가 안와서 다 말라 죽게 생겼어.''

''무슨 말씀이셔.
지금은 가을인디 가을에 비가 오면 안되지.
올 해처럼 비가 많이 왔을라구요.
여름내 비가 왔는데?''

''에이구 뭔 소리여.
저기 저 녹두 심은게 다 말러 비틀어지게
생겼어. 비가와야 살지.''

마당가 심어진 꽃들도 늘어지고 이파리들은 흰곰팡이가 슬었는데 풀들도 허옇게 검불진
마른 땅에 녹두를 심어 놓으시고 비오기를 기다리시는 엄니!
계절감각과 현실감을 잃어 버리셨다.ㅠㅠ

지난 기억은 너무나도 선명 한데 새로운 것을
기억할 수 있는 기억창고의 용량이 다 차버렸나보다.
컴처럼 용량을 업데이트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