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까다가
콩을 까다가~
자주가는 동네 마트에서 날마다 전송되는 문자에 완두콩 한자루에 7,900원.
왕대 고등어가 두마리에 5,000 원 .
콩밥 싫어하는 식구들에게 콩을 먹일 방법이 무엇일까?
주부들에게 평생을 따라다니는 미션이다.
지난해 동지에 먹다 남은 팥을 삶아 단호박죽을 끓여 먹다가 완두콩을보니 부드러운 완두를 삶아 갈아넣고 단호박죽을 쑤어보자.ㅎ
장바구니 정리하고 콩을 까다가 콩깍지속에 탱글탱글 가지런히 들어 앉은 녹색 완두콩이 이뻐서 사진을 찍다가 예전에 스크랩했던 칠보시가 생각났다.
한콩깍지안에 나란히 들어앉은 콩들이 우리 칠 남매를보는것 같다.
엄니의 노환으로 우리 남매들의 마음들이 뒤숭숭한 요즘이라 더욱 칠보시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아서 콩을 까는내내 생각이 깊어진다.
七 步 詩
칠 보 시
煮豆燃豆箕 콩깍지 태워서 콩을 삶으니
자 두 연 두 기
豆在釜中泣 솥 안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
두 재 부 중 읍
本是同根生 본래 같은 뿌리에서 자랐건만
본 시 동 근 생
相煎何太急 어째서 급히 삶아대는가
상 전 하 태 급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에는 조조(曹操:155~220) 아들 조식(曹植192~232)이 지은 칠보시(七步詩)라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를 지은 연유는 이렇다.
조식은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여 아버지 조조의 총애를 받았다. 그런데 조식은 조조의 셋째 아들로 위에 두 형이 있었는데 큰형은 전쟁에서 죽고 둘째 형 조비(曹丕:187~226)가 있었다. 조조는 총애하던 조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였다. 이에 불만을 품은 조비는 조식을 미워하며 형인 자신이 왕위를 물러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계자 문제로 고심하다 조조는 우여곡절 끝에 형인 조비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그리하여 조비가 위나라의 초대 황제가 되었다. 세조 문제가 바로 조비다.
왕위에 오른 조비는 동생 조식이 눈에 거슬렸다. 조식을 죽이고 싶었으나 어머니의 간청 때문에 죽이지를 못하고 있다 조식을 제거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조식은 문재(文才)가 뛰어나 그의 재주가 널리 알려졌다. 이에 시기질투를 느낀 조비가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지어보라 명을 내리고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말했다.
이때 조식이 지은 시가 위의 시인데 일곱 걸음 안에 지은 시라 하여 칠보시라 하였다. 같은 뿌리에서 자란 콩과 콩깍지가 콩은 솥 안에 들어 있고 콩깍지는 콩을 삶기 위해 아궁이에서 타고 있다는 내용으로 왕이 된 형이 자기를 죽이려는데 비유한 시다.
이 시를 읽은 문제(文帝)도 자신의 옹졸함을 뉘우치고 크게 반성하여 조식을 살려주고 더 이상 해치려 하지 않았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