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엄니와 3박4일
두레미
2019. 2. 24. 15:15
엄니와 함께한 3박 4일
너무나 치열하게 앞만보고 살아온 탓일까?
돌아갈 수없는 지난 날에 집착하시며 현재에 낯설어 하시는 엄니!
낯선 길에서 불안한 어린아이 같은 엄니와 함께한 며칠이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내 마음에 남을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낯설어지시는 현실에 더욱더 마음의 병을 악화시키는것 같아서 마음 아프다.
엄니만큼이나 낡아진 집에서 갑자기 고장난 수도 모터도 고쳐드리고 정신없어 밟아 깨진 안경도 맞추러가고 읍내 단골 국밥집에서 뜨끈한 국밥을 함께 먹으며 자연스럽게 손을 맡기시는 엄니와 함께한 며칠에 엄니가 내맘에 들어와 자리를 잡으셨나보다.
새벽에 설핏 잠이 깨면 옆에 누운 남편이 엄니로 착각되어 가슴이 철렁한다.
단기 기억의 빠른 상실로 입맛도 약속도 일상의 순서도 뒤죽박죽이 되어 가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싯귀절처럼 그동안 부여잡았던 기억의 끈을 놓으시며 불안감 대신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에 평안한 안식이 깃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