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미치다
봄바람에 미치다!
모처럼 미세먼지가 약해졌다고 하늘도 햇빛도 다르게 보여 신문을 뒤적이다 늦은 오후 산책을 나갔네. 발몸발몸(발맘발맘) 도림천 지나 안양천
잠수교를 건널까 말까 저만치서부터 맘속으로만 갈등할 뿐 내 발걸음은 이미 잠수교를 건너고 있었다. 영등포구에서 양천구를 건너갔다 돌아오는길 도림천. 엊그제 보았던 소래풀꽃의 안부가 궁금하여 찾아봤더니 말 맺던 자리 말똥도
없다더니 소래풀꽃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여기였던가 저기였던가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겨우 발견한 소래풀은 꽃송이가 댕강 잘려나간 채 풀잎과 꽃봉오리만 남아있다.
씁쓸히 돌아오던 길 보행로 경계석과 풀밭 사이에 시꺼멓게 번진 오물처럼 물감처럼 번진듯 번지는 듯 하여 자세히 보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1mm나 될까 말까한 개미들이 봄철 이사를 하는가보다. 쪼그리고 앉아 구경을 하다 발걸음을 재촉 했다. 오늘따라 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거리가 왜 그렇게 긴지 집에 가까워 질 수록 다시 나와 말어?
엘리베이터를타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 망설이다가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퇴근 해 있는 남편을 보자 '내 핸폰 좀 줘봐요.' '왜~애?'
'갔다와서 얘기 해 주께요.' ㅋㅋ
뉘엇뉘엇 해는 지고 있는데 발바닥이 아픈지 무릎이 뻐근 한지도 잊은채 잰 걸음으로 도림천을 내려서며 이사를 다 마치고 흔적도 없으면 어쩌지 누구라도 무심한 발길에 밟혔으면 어쩌지 갖은 걱정을 하며 찾아보니 다행이 밟히지도 이사를 다 마치지도 않은 채 분주히 오가는 개미떼가 반갑기만 하였다.
쪼그리고 읹아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담고 그렇게 개미들의 사생활을 허락도 없이 훔친 다음에야 제정신이 들었다.
아까 꽃모가지 꺾인 소래풀꽃도 생각나고 건너편 언덕에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핀것도 보이고 ~ 그렇게 주섬주섬 아쉬웠던 순간들을 챙기고 돌아 오는길 내가 봄바람에 미쳤구나!
히득히득 입가에 벙그러지는 웃음이 목련꽃보다
더 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