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보따리를 보며~
두레미
2017. 11. 11. 12:39
가을비는 내복 한벌이라더니
어제 찔끔 내린비에 도회지의 빌딩태풍이
휘몰아치더니 기온이 뚝 떨어지고 쌀쌀하다.
두더지처럼 이불을 들썩 거리다가 일어나 사다놓은 배춧잎 뜯어 쌀 뜨물에 된장풀어
배춧국을 끓였더니 배토롬하니 맛있는데
부자는 젓가락으로 께작 께작 나혼자만
뜨건밥 말아 후룩 후룩 먹고나니 찬바람도
시원한 아침.
남은 배추 절여놓고 카톡방의 알람소리에
주말 소식들을 둘러보다 엇그제 대전가는
기차안에서 찍어놓은 사진을 꺼내본다.
완행열차 사라진지 오래 무궁화 새마을이면
고급열차였던 때가 언제였더라 ktx고속열차에
ITX청춘 열차까지 생기고 손으로 들고다니는
컴의 스마트한 세상에 바퀴를 굴리며
케리어를 밀고 다니는 세상인데 열차 선반에
올려진 보따리 두개가 내 시선과 감성을 끄집어낸다. 내가 처음 서울에 올 때만 해도 보따리에 짐을 챙겨 안고 버스를타고 올라 왔었지.
지나온 세월동안 쌌다 풀어놓은 짐만큼이나
많은 사연들이 보따리 보따리 내 마음에도 있지.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풀지못할 보따리와 풀고싶지 않은 보따리와
고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속 보따리.
야무진 손끝이 느껴지는 기차 선반위 보따리에
내 마음의 보따리를 풀어보다 대전가는 목적도 잊은 채 잠시 상념에 젖었었다.
오늘은 또 어떤 사연의 보따리를 싸게 될까.
야무지고 깔끔하게 정감있고 보기좋게 싸고 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