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봄 나들이

두레미 2016. 4. 17. 07:51

 

 

 

 

혹한의 겨울을 지나 봄을 맞으니 꽃피고 녹빛 돋아나듯 내 몸과 마음도

안정되어지는듯 몸과 마음의 균형도 양쪽 무릎에 가해지는 힘의 균형도

잡혀가는듯해서 희망의 싹이 록빛처럼 돋아나는듯 하다.

친구가 보내준 봄나물을 맛있게 먹고 톡을 주고 받으며 봄이 무르익으면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 나는 진짜 봄나물을 뜯으러 오라고~

그녀의 스케줄을 이리저리 계산하고는 어느 때쯤 오란다.

4박5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빨리 오라~

여행에서 며칠만에 왔더니 풀도 나물도 쑤우욱~자라서 빨리 뜯어야겠다.

오늘 당장이라도 아니면 내일이라도 내려오라. 오버~?ㅎㅎ

내일이면 금요일인데 내일이지나면 주말로 이어지고 주말이 지나고 나면

정말 나물의 한철이 지날 것 같아서 금요일 아침 일찍 서둘렀다.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50여분 종점에서 그녀의 집까지

들어가는 시간을 합하면 세시간여가 걸린다.

오고가기 6시간 먼거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갔지.

 

번잡한 대전 시내를 빠져나간 버스는 굽이굽이 산자락따라 이어지는 산골

마을을 지나 대청호의 인공습지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아주 자그마한 굴을

통과하는데 정말 이 큰 버스가 저 작은 굴을 통과한단 말인가.

높은 버스 앞좌석에 앉아 내려다보이는 굴에 다가갈 수록 조바심으로 몸에

잔뜩 힘이들어갔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빠져 나오는 버스가 신기해서 스르르

몸에 힘이 빠진다.   지난 겨울을 힘겹게 지나온 내 자신처럼 느껴지며 휴~

안도의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ㅎㅎ

 

 

 

이내 펼쳐지는 산자락 마을 앞으로 넓게 펼쳐지는 농지와 막 록빛이 돋기 시작한

뒷산을 배경으로 아늑한 마을 풍경에 빠져 들었다.

 

 

 

 

 

넓고 푸른 대청호가 나타나고 반가움에 눈이 번쩍 떠졌지.

 

 

 

 

대청댐의 담수호로 인해 평지는 다 잠기고 산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구불구불 산자락 길을 오르고 내리며 호수주변 마을들을 훑고 지나간다.

평지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물을 피해 산으로 산으로 올라와 터를 잡았고

이제는 호수에 기대고 산에 기대어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을 터득하며 살아가겠지.

 

 

 

 

 

 

 

 

 

 

 

 

 

 

버스 종점에 차를 가지고 마중나온 그녀와 10여년만에 상봉을 하고

반갑게 집으로 향하였다.

유럽풍의 멋드러진 그녀의 집이 그림같다.

 

 

집앞 데크에서 바라다보이는 야산엔 산벚과 산복숭꽃으로 울긋불긋하고

막 돋아나는 여린 록빛으로 봄을 피워내고 있었다.

앞뜰에서도 뒷뜰에서도 아늑하고 편안한 풍경이 펼쳐지며 봄빛으로

가득한 마당이 한없이 평화로왔다. 

 

 

 

 

 

너가 오면 향기 좋은 모싯잎 찰부꾸미를 해 줄테니 어서 오라 했었지.ㅎ

정말로 모싯잎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부꾸미를 굽다가 마중을 나온 그녀~!

와~ 옛 향수처럼 피어나는 모싯잎 향에 부꾸미를 앉은 자리에 서 두개나 꿀꺽

먹어치워 버렸네. ㅎㅎ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은은한 커피와

수제 과자,  쫄깃하게 말린 과일 말랭이까지 두레미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ㅋ

톡으로 나누던 대화의 물꼬를 열어젖힌듯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나물은 언제 뜯을 거야~ ㅎㅎ   

그려 나 나물뜯으러 온거지? ㅋㅋㅋ

 

 

 

그녀가 만든 짚풀 공예 감상도 하고

 

 

 

 

 

집의 앞뒤로 펼쳐진 그녀의 텃밭엔 온갖 채소며 허브와 각종 산야초가 자라고 있다.

뒷 마당으로 펼쳐진 밭에서 올라가는 산에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들을 가꾼다니

와~ 대단하다.  오토케 이렇게~  대단해요.

각종 과실수에 꽃까지,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홍도화

 

 

골담초

 

 

보리수

 

 

 

보리수나무 아래 돌나물과 불미나리가 지천이다.

 

 

석축 언덕에 머위들과

 

 

매발톱꽃

 

 

뒤꼍에도 남새밭이 있고

 

부드럽고 검은 흙이 거름져 보인다.  

커다란 저온 창고와 바깥살림살이들이 난 정겹기만 하다.

 

 

감자도 심고 강낭콩도 심고 딸기 밭엔 하얗게 딸기꽃이 피었고

 

 

 

 

꼬꼬닭들도 키워서 유정란을 받아먹는 재미까지

 

 

 

뒤꼍에 듬직하게 자리잡은 은행나무와 팽나무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늠름하다.

 

 

 

그녀의 마당과 텃밭 뿐 아니라

여기도 저기도 발밑에도 석축사이에도 씨가 날려 자연 발아해 풀처럼 자라는 나물들

엉거주춤 느려터진 두레미가 참으로 답답한 그녀, 앞뒤꼍을 잰걸음으로 다니며 베고

뜯다가,  하이고~ 하이고~ 벌써 힘들어? 힘들어? ㅎㅎ

그러는 그녀 말투가 봄아지랑이처럼 봄 햇살처럼 두레미는  정겹기만 하다.

한참을 뜯어모아 열기가 빠지기를 기다리다 차한잔에 풍경을 즐긴다.

집에서 출발 할 때는 비닐 봉지 두어개 쯤 채우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막상 와서 뜯고보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내가 가져간 배낭이 나물속에 파묻히게 생겼다.ㅎㅎ

결국 친구가 꺼내온 커다란 장가방에 꾹꾹 눌러 담고서야 끝이 났다.

친구는 하룻저녁 자고 아주 나물을 삶아 팩에 갈무리를 해서 가져 가란다.

아이고 아녀요.  뜯어가는 것만도 감사한데 갈무리는 집에 가서 해야지. 

자고 가라고 이층을 오랫만에 대청소까지 해 놨다는 친구의 마음이

고마웠지만 봄나물을 이고 지고 돌아왔다.

내가 아직은 무릎에 힘이 돋아나지 않아서 멋진계단을 올라야 볼 수 있는

이층을 올라보지 못하고 올려다만 보고,  집의 구석구석과 산비알을 올라

보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웁기만 하다.

 

 

 

돌아오는 길 차창으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에 그녀와의 시간을

되짚으며 자신의 노고로 가꾸어놓은 터전에서 행복해 하는 그녀의 은근한

자부심과 꾸밈없는 그녀의 미소가 가슴 뿌듯하고, 부럽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과 감회에 젖어 돌아왔다.

아~ 이봄이 인하여서 더불어 행복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