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후텁한 날씨
이런 날은 이열치열이라고 열심히 일을 하던지
운동을 하던지 무슨 일엔가 몰두하는것이 최고의 피서다.
이왕에 땀을 흘릴 것이면 상쾌하게 흘려보자고 나선 길
하루 비가 내리고 습도가 올라 후텁하기만 한 날에
흑천의 물소리길 따라 자전거바퀴를 굴려보자는 홀탱님.
혹시 소나기라도 만날까 망설이는 두레미를 또 몰아세운다.
상쾌한 아침을 잃어버렸는데 오늘 아침 상쾌하게 나서보자고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천천히 준비를 하고 눈치껏
전철을타고 팔당역까지 점프했다.
다행히 이른 아침의 전철은 한가해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도 별달리 제지하지 않는다.
팔당역에 내리니 의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힘차게 출발하는 단체들과 삼삼오오 고독한 솔로 라이딩까지
다양한 팀들의 라이딩이 시작된다.
우리도 복장과 준비물을 재점검하고 출발.
강변의 아침엔 안개가 자욱했다.
온 몸을 휘감는 칙칙하고 눅눅한 안개를 가르며
달리는 강변이 나름대로 운치가있다는 홀탱님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보자고~ㅎ
안개속에 어슴프레 강변의 풍경도 나름 좋은데 습도가 너무 높다.
어쨌거나 물안개 피어오른 남한강변의 몽환적인 풍경에 빠져 봅시다.
용산에서 용문가는 전철에 속속 자전거가 모여들고
팔당호 안에 생긴
작은 수초 섬이
안개 속에
또
다른 섬이
되었다.
홀탱님과
두레미가
각각 다른 시선으로
바라 본
안개낀 팔당댐과 팔당호.
호수 주변으로 생긴
습지엔
갖가지 수초와
습지 생물들이 자라고
한창 꽃이 피고지는
연과 수련
주변에 자라는
가중나무의 씨날개 단풍이
꽃처럼 곱게 물들고
물이 찰랑찰랑한
호수 언덕에 자란 커다란
가래나무엔 가래가
다닥다닥 열렸다.
저 가래는 어떻게 따지?
따긴 뭘 따~
다람쥐 밥이나 하게 두지.
아이쿠~ 홀탱님
제 생각이 짧았어유~ㅋ
칡 덩굴 아래엔
어김없이 보라빛 칡 꽃이
떨어져 있고
그 모습을 지나치다가
기어이 자전거를
세우는 두레미
또 뭣 땜에 자전거를
세우는 거야?
대답도 없이 길바닥에
엎드려
널부러진 칡꽃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두레미가 영 한심한
홀탱님.
시들어 떨어진 꽃이
뭐가 이쁘다고
위에나 보셔
싱싱한 칡꽃이
월매나 이쁘다고라~ㅎㅎ
햇빛이 쨍쨍한 여름날
터널안은 시원한
냉장고 같지만
이렇게 후텁하고 눅눅한
안개 자욱한 아침의
터널안은
안경과 카메라 렌즈까지
흐려 놓는다.
시야를 흐리는
높은 습도 때문에
사진발 안서고
조명등이 약한 터널안을
달릴 땐 꼭 물속을
허우적 거리는듯해서
영영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착각에
시원함보다 소름이
온 몸에 오싹 돋는다.
주중의 이른 오전시간이어서 대부분의 쉼터나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로
정리 되지 않은 소품들이 어수선하게 쌓여 있다.
그 중에 간이 쉼터의 소품들 속에 긴 코를 내밀고 서있는 피노키오에 자전거가 멈추었다.
밤새 서 있었겠구나.
내가 어릴적 저녁무렵 엄마한테 혼나다 고집센 두레미 그여이 쫒겨나고 말았다.
아직 어두워지기전이어서 호기 있게 대문 밖으로 나갔는데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대문 밖의 작은 잿간문앞에서 오래 서있자니 다리도 아프고 어둑한 초저녘의
땅거미에 잿간은 더욱 어둡고 괴기해져서 덜컥 겁이 나는데 자존심에 내발로 대문안으로
들어가기는 싫고 들어오라는 말은 없고 기다기다 기다리다 동네방네 다 들리게
큰소리로 왕왕 울어버렸지. 그 소리에 이웃집 언니가 쫒아 올라와
레미야 왜 그래?
왕~왕~
너 엄마 한테 혼났구나? 잘못 했다고 빌고 날도 춥고 어두운데 언능 집으로 들어가라며
내려 가고 그 뒤로도 한참을 왕~왕 소리내어 울었을지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
잘못했다고 빌고 들어갔는지 기억이 없고 내 고집에 지쳐 무섭고 서러움에 왕~왕~
울던 기억과 아랫집 언니가 올라와 나를 설득하던 기억만 남아있다.
참말로 두레미 고집에 우리 엄니 속 많이 썩으셨을것 같다. ㅎㅎ
간이쉼터의 소품으로 벌서고 있는 피노키오에 어린시절이 떠 올라 자전거 바퀴를
굴리는 내내 어린 시절이 떠 올랐다.
양평의 남한강가 바위위에 세워진 저 조형물은 무엇일까?
뒷 모습만 볼 수 있으니 궁금증이 더 해진다.
양평의 체육공원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저 아저씨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안장에 앉지를 못하고 온 뭄을 뒤틀며
트위스트 추듯이 지그재그로 힘겨웁게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저렇게 힘들어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이틀전에 내린 비로 강물의 색깔이 황토빛으로 흐른다.
상류에 많은 비가 내린탓인지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물빛은 황토빛인데 지천의 맑은 물빛과
반반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의 강물 구경에 한참을 멈추었다.
어릴적 장마철이면 범람하는 금강의 물구경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양평의 체육공원지나 남한강변을
달리다가 남한강과 만나는 흑천의
현덕교를 건너 바로
좌회하여 흑천을 타고 가는
물소리길의 경치가 아름답다.
물고기가 많은지
왜가리와 오리 가마우지등
많은 새들이 모여들고
야생으로 피고지는 꽃들도
아름답고
흑천의 맑은 물길 따라
올라가는 물소리길을 거스르다
삼성리에서 삼성천을타고
화전 삼거리에서 화전로를 타고
새터말로 내려서면 다시 흑천과 만난다.
삼성리까지 가며 만나는 흑천의
풍경에 자전거를
세우고 또 세웠다.
복수 혈전이 따로 없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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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 먹는 두레미다.
흑천따라 이어진 철로엔 용문을 오가는 자전거 전용칸이 달린 전철이 수시로 오가고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진 전철을 바라보며 어디든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겠다.
흑천에서 우회하여 들어서는 마을길의 초입에 길섶으로 가꾸어진 화초들과 과실수에 자전거를 멈추었다.
견물생심이라고
발갛게 익은 각시복상을
보았으니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이심전심
눈빛으로 주고 받다가
복상 서리에 나서는 홀탱님
복상 두개를
서리하였다
복숭아 따러 들어가는 홀탱님
기대하고 왔던 흑천의 수량은 예상보다 적었고 아직도 덜 걷힌 안개에 휩싸인 추읍산의
모습도 몽롱하기만 하다.
아직은 조용한 흑천의 모습이 고요하다.
물좋고 경치 좋은 곳 양평의 곳곳엔 이렇게 산을 깎아내고 집을 짓는 곳들이 많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답다.
삼성리에서 꼬부랑 꼬부랑 삼성천을 거슬러 화전 삼거리에서 신나게 내려와
다시 흑천과 만나 화전교에서 다리를 건너 흑천의 물소리길을 거슬러 오르다가
용문천을 건너 마롱리에서 용문관광단지 가는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용문역으로
올라가는데 자동차도로를 막아놓고 용문장이 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물소리길 라이딩 나온 날 안개가 자욱하더니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용문엔 용문5일장이 섰다.
전국의 5일장은 5일마다 열리는데 30날이 마지막 장날이지만 달이 크면 31일 작은 달은 28~29일에도 장이 선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ㅎㅎ
사막의 장미 석화란다.
집이 가까우면 화분하나 들고 오고 싶다 했더니
사진으로 들고 왔다는 홀탱님.ㅋ
양평의 물소리 길 라이딩은 처음부터 끝까지 몽롱한 몽환의 라이딩이 되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