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살구의 추억

두레미 2015. 6. 26. 18:09

 

 

고향의 아랫집 안 마당 모퉁이엔 커다란 살구나무가 있었다.

봄이면 살구꽃이 이뻤고 여름이면 이렇게 탐스런 호박살구가 주렁주렁 열렸는데

그 살구 한바가지 얻어먹은 기억이 없다.

그 댁 아저씨께선 학식이 있으셨던지 동네 이장일을 맡아 하시고 선비처럼 깔끔

하셨던 기억과 그 여름에도 신김치를 안드셔서 여름이면 아주머니께서 신김치를

들고 오셨기억이며 봄이면 나물캐러가는 우리들에게 나물캐러가서 씀바귀나물

캐오너라.  씀바귀나물 캐오면 용돈주마 하셨던 기억은 나는데 씀바귀나물 캐다

드리고 용돈 받았던 기억도 없다.  그냥 우리 좋아하는 쑥이며 냉이만 캤었나?

아무튼 그 살구나무에 살구가 노랗게 익으면 집을 오르 내릴 때마다 올려다보며

침만 꿀꺽 삼키다가 비바람이라도 치는 날이면 새벽일찍 살구 주우러 내려갔었네.

그러던 어느 해 인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아랫집 바깥마당을 지나오는데 담장

넘어온 살구나무 아래 노란 살구가 나뭇잎과 같이 떨어져 있는것이 아닌가.

바람에 떨어진 살구인줄 알고 주우려고 나무 밑으로 달리듯 다가가다 언뜻 올려다

보이는 나무에 그 집 오빠가 나무에 올라 살구를 털고 있는게 아닌가.

어찌나 창피하고 부끄럽던지 살구를 못본척 살구나무아래 막 피기시작한 대추나무

꽃을 보는 척 대추나무가 꽃을 피웠네.  음 꽃향기 참 좋다~ 하며 꽃향기 맡는척

쭈그려 않았다가 살구는 못본척 유유히 집으로 올라 왔었지.  그 넘의 자존심은

어려서도 어지간 했었나보다.ㅎㅎ

여름철 살구만 보면 어린 자존심 상했던 기억과 함께 헛헛한 허기가 느껴지고 예전

같은 맛을 느끼지 못함에도 해마다 살구를 사게 된다.

"예전 살구맛이 아녀?  왜 그러지? "......... 

기억은 변함이 없는데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고 입맛도 변했겠지.

 

또 하나 살구의 추억.

십오륙년 전 쯤인가~  살구에 한 맺힌 마눌을 기억하는 홀탱님 지금은 북한산이 공원이

되면서 마을 사람들을 이주시켜 그 명맥이 끊어졌을 테지만 북한산성마을에 살구 마을이

있다.  예전엔 궁으로 진상을 했다는 살구마을 살구가 유명해서 여름이면 살구먹으러 북한

산을 갔다가 꼭 산성쪽으로 내려왔었다. 그러던 어느해 직장 동료들과 북한산 등산을 갔다가

만난 잘익은 살구를 보고 마눌 생각에 살구를 사서 배낭에 챙겨넣고 내려와 한잔이 두잔되고

2차 3차를 가다보니 술이 떡이 되어버린 사람을 집까지 떼메고가서 새벽이 되어 돌아왔더니

배낭속의 살구는 푸레가 되었었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터져버린 살구는 결국 맛도 못보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네. 지금도 홀탱님은 살구만 보면 그 때 이야기를 한다.  살구의 추억~!ㅋ

 

 

비 그치고 볼일 보러 나가는 길 아파트 한바퀴 돌다가 만난 수국에 눈이 번쩍,

우리 아파트에도 이렇게 이쁜 수국이 있었구나~

해마다 봄이면 정원수를 사다가 심는데 어느 해에 심었을지 자리를 잘 잡았다.

해가 잘 들지 않는 음달이긴 하지만 꽃이 싱싱하고 이쁘다.

꽃댕강은 여전히 비실비실 가지끝에 두어송이 매단채 바람에 살랑살랑~

 

 

 

우유와 오디를 갈았더니 맛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