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창고

토란

두레미 2015. 4. 3. 08:25

 

 

 

 

사월의 노래

 

                    박목월 시,  김순애 곡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바 피는 언덕에서 휘바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산골 나무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컴 플래이어에 음악을 걸어놓고 토란을 까기 시작한다.

커피도 한잔 옆에 놓고

토란 요넘 알토란이 참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데

손질하기가 영 거시기하다.

미끈한 점액질 때문에 자꾸만 손에서 빠져나가 껍질 까기가 여간 여려운게 아니다

그렇다고 감자깎이칼로 깎아내면 삶았을 때 파실한 분이 국물에 다 풀어져 버리니

힘들어도 칼로 살살 조금 마른것은 박박 긁어 될 수있으면 상처나지 않게 까 삶아야 한다.

그러자니 손꾸락 힘이 여간 드는게 아니다.

가을에 바로 수확했을 땐 살살만 긁어도 껍질이 술술 벗겨지는데 겨우내 저장했던 마른 토란

까기란 그야말로 알까기의 진수다.ㅎㅎ

인내심의 한게를 극복하며 한시간 쯤 까다가 쉬다가 점심을 먹고 또 까다가 .......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주부의 일상이다.

음 맛있네.

집밥이 최고야!

이 한마디에 모든게 다 묻혀버리는 전업주부의 희노애락이다.

어느것에 가치를 두었건 한자락의 아쉬움과 외로움과 고독감은 있을터이다.

사람마다 세대마다의 가치기준이 다르고 달라질테니 너무 연연하지 말자.ㅎ

흐르는 음악에 내마음을 실어 흥얼거리며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봄꽃을 바라보며

내 마음도 가끔은 흔들린다.

 

 

반쯤 깠나......

몸에 힘을 빼고 몸 풀기 온동을 해야한다.ㅎㅎ

커피는 다 식었고 스트래칭 끝내고 카메라를 들고 집안을 한바퀴 돈다.

 

 

 

 

 

 

 

다 깠다.

세시간 반 이상 나를 애 먹인 넘들이 그래도 이쁘다.

 

 

집에서 제일 큰 냄비에 전날에 받아놓은 쌀 뜨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삶는다.

삶을 때도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덜 삶아지면 설컹거리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겉껍질이 터져서 맑은 탕에 풀어져버린다.

에고 고놈의 시간 맞추기가 참 어렵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큰놈부터 넣기 시작해서 순서대로 끓는 물에 투척.......

옆에서 지켜보다가 토란의 속살에 푸른 빛이 돌면 젓가락으로 찔러 토란 한가운데

설컹함이 조금 남았을 때 얼른 불을 끄고 한소끔(30여초)뜸을 들인 다음 소쿠리에

살살 쏟아 식혀서 먹을 양만큼씩 담아 냉동보관했다가 먹으면 된다.

 

 

한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막 젓가락으로 찔러 확인하는데 훈련마치고 돌아온 아들놈 돌아보느라 약 30초를 넘겼더니

터져버린 알토란........ 그냥 먹기는 기가막히게 맛나다.  파근파근한게 뽀송뽀송 입안 가득한

행복이어라~ ㅎㅎ  골라골라 대여섯개는 먹었지?ㅎ  아들눔 입에도 넣어주고......

기다리던 봄비도 내리고...   보슬보슬 부드러우면서도 아릿하고 구수한 알토란 삶은 봄날 오후였다.

 

 

어제 오후 세차게 부는 바람에 활짝핀 목련이 저녁에 내린 봄비에 곱던 꽃잎이 팍 상해버렸다.

한 순간이로구나~~~~~~~~~~ 찬란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