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아무르(Amur love)

두레미 2015. 3. 30. 23:32

 

 


아무르 (2012)

Love 
7.8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

 

 

 

주말 라이딩을 마치고 피곤한데 ebs 주말의 명화에 피곤도 잊었다.

프랑스어로 제작된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라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음악가 출신으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는 노부부의 일상에 어느 날 아내 안느가

반신불수가 되면서 시작되는생로병사의 이야기이다.

변치않는 사랑과 헌신으로도 막을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늙어서 죽어가는 노 부부의 

가슴저린 사랑 이야기이다.

병원가기를 꺼리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며 집에서 힘든 아내의 병간호를 하는 남편 조루즈.

" 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시는 부부에게 존경스럽다"는 이웃들의 말은 공허할 뿐 위로가 못된다.

엄마의 죽음을 방관 할 수 없는 딸과 사위의 갑작스런 방문에 황당해 하는 남편 조루즈의

행동과 말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아픈 엄마를 병원에 모시지 않고 방관하는 것이 사랑이냐고 따져 묻는 딸과 사위에게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조루즈는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 어떻게 지내는지 관찰하는듯한 태도에 정말 짜증난다."

진지하게 얘기하자는 딸에게 나는 지금 진지하다.

네가 그럼 진지하게 얘기해 봐라. 어떻게 할건데.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양로원에 모실거니?

아니면 네가 모시기라도 할거니?

상관하지 마라. 이건 우리의 문제야.

 

헌신적으로 간병을 하는 남편에대한 미안함과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지쳐가는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우연히 날아든 비둘기를 날아보내려 애쓰는 남편 조루즈의 굼뜬 노력이 아내를 향한 마음인것

같아서 가슴 먹먹해진다.

 

82세와 85세의 나이로 조루즈와 안느의 역할을 맡아 보여준 노배우의 연기가 정말 실감나는 영화다.

노부부의 일상이 지루함이 없진 않겠으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병간호와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친정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나로서는 배우들의 대사 하나 장면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의 미래이고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도 막을 수 없는 노화와 질병으로 인한 죽음앞에서 지켜야 할 도리와 예의를 미리 약속해

보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환자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는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서로간의 입장이 있겠지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죽음을 앞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나의 생각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효를 한다는 이유로, 인간적인 도리라는 이유로 환자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권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나의 생각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스콧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이 생각났다.

이 둘은 오지에 들어가 평생을 살면서 100세가 된던 해에 스콧니어링은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다며

일주일간의 곡기를 끊고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를 실천한 스콧니어링도 대단하지만 이를 지켜보며 함께한 헬렌니어링의 진정한 사랑을

높이 사고 싶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말이다.

 

 

주말 라이딩에 영화를 늦게까지 보고 영화의 잔상때문에 늦은 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영화의 끝부분 조루즈가 잠든 아내의 얼굴에 베개를 덮어씌워 숨을 끊는 장면에

많은 사람들 충격과 반전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그 장면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

아프다는 말을 되뇌이는 아내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보류했던 아내의 의지를 대신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차원높은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해낸 감독의 의도가 곳곳에 있겠지만 얄팍한 나의 능력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워 여러사람들의 감상평을 찾아 읽어보았다.

반신마비가 왔을 때 훌륭하게 가르쳐낸 제자의 방문에 별것 아니라며 늙으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의연한듯 하였지만 제자에게 피아노연주를 부탁하며 베토벤의 바가텔을 부탁한다.

제자는 연주해본지 오래되어 악보도 잘 기억이 안나고 이왕이면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연주하겠다는걸

굳이 베토벤의 바가텔을 부탁하여 듣는다.

베토벤의 바가텔은 '소품인' '쓸데없는'이라는 뜻을가진다고한다.

그리고 초반 안느의 이상증세의시초가 보이는 장면에 갑자기 혼이 나간 사람처럼 정지된상태로 있다가

한참후에야 아무일 없었던것 처럼 돌아온 안느 때문에 행주에 물을 묻혀 맛사지하며 틀어 놓았던 수도꼭지를

안느가 잠그며 쓰지도 않으면서 틀어 놓았다고 말하는 것이며 조루즈의 꿈에 집안에 물이차고 괴물이

창문을 넘어다보는 꿈처럼 물로써 막을 수 없는 생을 흐름을 표현한것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그러면서 마지막 아내의 얼굴에 베개를 덮어씌워 숨을 끊는 장면은 아내가 쓸데없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을 잠가 주었듯이 아내를 대신해 아내의 의지를 조루즈가 대신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조루즈의 병간호에 미안해하며 자신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표현했던 아내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배려......

아내의 옷장에서 옷을 골라 입히고 꽃을 사다 장식을 하고 아내가 수도물을 틀어놓고 설거지하는

장면이 환영으로 나오며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듯 설거지를 끝낸 아내는 흐르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조루즈에게 같이 외출하자며 조루즈에게 신발도 신고 외투도 걸치라며 재촉을하고 허둥지둥 아내를

따라나서는 조루즈, 아내와 함께 외출하고 텅빈 집에 돌아온 딸이 빈 집을 둘러보며 의자에 앉아있는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