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하이킹
집안에만 있기에는 길고 지루한 여름 한강을 맴돌다가 뜸을 들이던 섬 하이킹을 해보기로 하고
날짜와 날씨를 눈여겨보며 날을 잡았다. 2014년 8월 10일.
태풍 할룽은 일본으로 꺾이고 동해안에 간접영향이 있을거라는 예보에 서해인 장봉도의 날씨는
흐리고 오전 비가 조금 내릴 거라는 예보였지만 강수량이 적어 하이킹을 떠나기로 했다.
한강으로 내려가서 아라뱃길과 연계되어진 계양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려 삼목
선착장까지 삼목선착장에서 장봉행 배를 타고 장봉도에 가는 동선을 확인하고 장봉도에서의
동선도 꼼꼼히 확인을 하고서 준비물을 챙기는데 할룽의 간접영향이 예상보다 세어지는지 밤이
되면서 세어지는 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어대고 카메라 밧데리 충전을 끝내고 장착하니 꿀먹은 벙
어리가 되었다.
첫 섬 하이킹을 기념하려고 맘먹고 있는데 거센 바람에 카메라밧데리가 먹통이 되다니 김이 빠진다.
여벌 밧데리가 있긴 하지만 덤으로 준것이어서인지 금방 방전되어벼려서 있으나마나~
그래도 어쩌겠는가 기념사진 몇장이라도 건질 요량으로 장착을 하고 카메라를 챙겨넣었다.
새벽이 되니 언제 바람 불었느냐는듯 바람은 조용 해 졌으나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었다.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구름은 높아보이고 예보처럼 비가 많이 내릴것 같지는 않다.
안심을하고 출발 이른아침 한강과 아라뱃길을 달려 계양역에 도착하였는데 의외로 자전거부대가 없다.
한가해서 좋긴 한데 웬지 조금은 북적거리는 맛이있어야 기분이 나는데 조용하니 처음가는 길이 어색하기만하다.
운서역에 내려서 삼목항을 찾아가는길 자동차 도로의 갓길을 달려야하는 위험성도 있고 도착해서보니
자전거로 장봉도를 가는 사람은 겨우 넷, 그 중에 둘은 포장도로를 둘러보려고 온 커플이었고
본격적인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 위해 탄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다.
장봉도에 내려 오른쪽으로 돌아서 조그만 마을을 가로질러 산으로난 포장도로를 따라 산을 넘는데
그리 높지 않은 가플막에 숨이 턱턱 막힌다.ㅎ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탓에 다시 거세게 부는 바람과 웬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분위기 띄워주는 동행이
하나도 없었던것이 맥을 빠지게 하였다.
짧은 고개를 넘으니 옹암해변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돌아 말문고개를 숨가쁘게 올라 시원한 내리막길을
내달리니 장봉2리가 나온다.
장봉2리에서 다시 우회하여 장봉3리의 고삿길을 올라 진촌해변내려가는 고갯마루에서 임도를타고
가막머리해변의 채석장까지 내려갔다가 왔던길로 되돌아나오다 길가 포도밭에서 파는 포도를 사서
자전거에 매달고 오는데 비가내리기 시작한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이정도 비는 맞아도 된다며 여유롭게 페달을 밟으며 장봉2리에서 점심으로 백합칼국수를
먹고 그 힘을 빌어 말문고개를 올 때보다 수월하게 넘었다.
말문고개 넘어내려오면 옹암해변에서 오전에 넘었던 고개를 버리고 해변길로 고개를 넘는데 차량이 줄지어섰다.
웬일이랴? 사고가 났나? 줄지어선 차량옆으로 달리다가 반대편의 빈 차선으로 역주행을 감행했다.
고개를 넘고서야 그랬었구나~ 바로 선착장이었던 것이다.
옹암해변앞까지 길게 줄을 선 자동차들 언제 승선을 마칠지 걱정이 되면서도 역주행을 하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초고속으로 방전되는 카메라 밧데리때문에 사진은 가막머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몇장만 찍자하고 달렸더니
어느새 선착장에 도착하였고 주말이라 정기선이 아닌 임시선이 출항을 대기하고 있으니 서둘러 표를 끊고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자 빗줄기가 세어지기시작하더니 삼목항에 내리니 본격적으로 비는 내리고 비를 맞으며
운서역으로 달리고 달렸지만 비사이로 달릴 수는 없는 일 빗나간 예보탓을 하면서 비를 쫄딱 맞았다.
아들을 군에 보내고 한강을 돌면서 한여름 비를 맞으며 한강을 넘나들던 옛추억을 얘기하며 참으로 오랫만에
우중에 라이딩을 한다며 마음은 느긋하게 페달을 밟았다.
운서역에 도착하니 머리에서 발끝까지 줄줄흐르는 빗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공항철도를 타고 홍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비에 젖어 착 달라붙은 젖은옷에 에어컨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추워서 동사할것 같은데
에어컨은 껐다가 다시켜지고 젖은 옷때문에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서 와야했댜.
전철에서 떨다가 내리니 훈훈한 여름 공기가 그렇게 고마운데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내리는 비를 다시 맞는
기분은 막 아물기 시작한 상처에 다시 상채기를 내는것 같은 기분이랄까?
참으로 을씨년스럽게 장봉도 라이딩을 마무리 했다.ㅋ~
삼목항에서 승선하고 홀탱님 기념사진한장.
바로옆에는 신도가는 페리호에도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으려고 모여든 갈매기떼가 바글바글.
카메라밧데리 아끼느라 가막머리해변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가막머리에서 겨우 기념사진 한장씩 찍고 흙이 다 쓸려 내려간 임도엔 굵은 자갈이 살아움직이고 있었다.
오르막은 그런대로 오르겠는데 내리막은 도저히 무서워서 두레미는 끌다시피 내려가고 홀탱님은 기다리고
돌아오는길은 대부분이 오르막이어서 그래도 수월하게 임도를 빠져나왔다.
가막머리 해변에서 비포장임도를 빠져나와서 진촌해변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다시 진촌해변을 내려가보자고
내려간 진촌해변은 거센 바람에 사람들은 추워서 입술이 새파랗고 해수욕장이던 해변은 뻘밭으로 변했고 뻘밭은
갯벌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름뿐인 해수욕장이 되어버린 장봉도의 해수욕장들이었다.
진촌해수욕장을 나와 장봉3리를 지나올 때 달큼하게 나던 포도냄새를 기억하는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빗속에 포도밭주인이 조그마한 좌판에 주말을 맞아 탐방객들에게 첫 수확한 포도를 팔고 계신다.
항상 씩씩하고 번접한 홀탱님 포도 몇송이 샀으면 좋겠다고 한다.
극구 말리는 두레미를 물리치고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하고는 포도몇송이를 산다.
홀탱님의 적극성은 알아줘야한다. 포도를 사서 가방에 챙겨넣고 장봉2리에서 점심을 먹고가자고 들른집.
식객 맛집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홀탱님 백합칼국수를 주문하였더니 백합조개가
싱싱하다. 맛있게 칼국수를 먹고 가방에 담은 포도를 비닐봉지에 담아 매달겠다고 식당주인에게 비닐
봉지까지 구해서 포도를 담아 자전거에 대롱대롱달고 깨질염려 없다며 신나게 달린다.
백합칼국수의 힘인지 오전에 힘들게 넘었던 말문고개를 수월하게 넘었더니
바로 옹암해변이고 옹암해변을끼고 돌아가자고 고개를 넘었더니 바로 선착장이었다.
옹암해변에서부터 줄을 선 기다란 자동차 행렬이 까마득하다.
배에 올라서 올 때 봤던 풍경은 새로운 맛도 없고 거센바람이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선실안으로 들어가 집에서 가져간 참외와 포도를 먹으며 다음에 다시한번 와야
제대로 구석구석 돌아볼것 같다며 단번에 돌아나온 장봉도 하이킹 이야기를 따먹은
포도송이에 주렁주렁 달았다.
삼목항에 내려서 운서역까지 오면서 흠뻑젖은 모습을 기념사진으로 남기고싶다는 홀탱님.
그날 오후 비바람 치는데
서쪽하늘이 열리더니 동쪽하늘에
쌍무지개가 떴다.
남서향인 우리집 앞 베란다에서
겨우 잡은 무지개.
뒷쪽에서 찍었으면 조금 더 멋진
모습을 찍을 수 있었겠지만
워낙에 비바람이 거세어서 앞쪽에서
무지개 한쪽을 겨우 잡았다.
장봉도가기전 날 접지른
새끼발가락이 퉁퉁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