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천을 갔더니~
마른 장마가 천둥번개를 동반하며 피날래를 장식하자 홀탱님 낼모레가 중복이라는데
장마 끝나고 난 뒤의 땡볕이 얼마나 뜨거운지 아는지 모르는지 비 온 뒤의 흑천이
궁금하다며 내일 아침 일찍 자전거타고 흑천을 가보잔다.
내가 홀탱님 속셈을 모를 줄 알고?
흑천을 가면 점심 때가 되는데 흑천 주변은 점심을 먹을만한 식당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나오거나 삼성천을 따라 화전삼거리로 고개를 넘어 흑천으로 내려서서
용문역으로 들어가 용문에서 점심을 먹고 전철로 집에 돌아오는 장거리 코스가 된다.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찜통같은 집안에서 더위와 싸우느니 게거품을 물겠지만 시원한 강바람과
싸우는게 나을것 같아서 마지못한듯 따라 나섰다.
내심 맑은물 가득차서 흘러내릴 흑천의 모습이 보고싶기도하여서 맨날 입고다니던 옷도 바꿔입고
가자며 당장에 티셔츠도 하나씩 사 입고 아침일찍 안개가 희뿌연 한강을 거슬렀다.
태풍의 후유증인지 몇날 며칠을 불어대던 바람도 잦아들고 이른 아침이어선지 바람도 선선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전철로 강변역에서 내려 팔당대교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팔당대교 쉼터에서 잠깐 쉼을 하고 양평을 지나 후미재입구 강변 쉼터에서 휴식을 하고 후미재를
반쯤 오르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원덕역 가는 길로 들었다.
먼길에 비지땀을 흘리며 자전거 바퀴를 굴리다가 문득 문득 생각이 든다.
아니 이 더위에 원덕역에 가면 뭣이 나온다고 이 고생을 하나?ㅎㅎ
홀탱님 원덕역 가면 뭐가 나와? ㅋㅋ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흑천에 다다랐더니 풍선 바람빠지는 소리를 하는 홀탱님 아까 한강을
거스를 때 부터 느낌이 흑천도 물이 생각보다 적을것 같다 했었다고~ㅎㅎ
우리가 기대했던 흑천의 모습에 미치지는 못했어도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르고 피서나온 사람들의
물고기 잡는 모습과 여기저기 가족끼리 텐트를 치고 둘러 앉아 피서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것으로
흑천의 검푸른 물결에 비치는 여름풍경과 보를 타고 하얗게 쏟아지는 물소리로 아쉬움을 대신하였다.
흑천을 거슬러 삼성천을 따라 칠읍산장을 지나서 화전 삼거리 고개를 향하여 아자자~~~~~~!
고개 백여미터를 앞에두고 발길질을 멈추었다.
넘어진김에 쉬어간다고 길섶에 핀 칡꽃도 구경하고 칡덩굴과 어우러진 하눌타리 꽃도 구경하고
절개지 비탈에 우람하게 자란 오동나무 열매도 구경하며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이 잔잔해 질즈음
고갯 마루에 닿았다.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면 시원하게 내리달릴 내리막길이 보상되어지니
바람을 가르며 내리달리는 그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란 ~~~
내리막길을 내려서 다시 작은 오르막을 올랐다가 내려서 흑천과 만나고 흑천을 건너 용문역으로
들어가려다가 건너편 흑천따라 난 길을 한번 거슬러보자는 홀탱님!
두레미는 또 별로 내키지 않는다.
홀탱님 한 5분만 갔다가 오자고~ 내가 한두번 속았남? 또 한번 속아줄께.ㅋㅋ
흑천을 다시 거슬러 올라 갔더니 다시 흑천을 건너 용문관광단지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두레미는 그만 가자하고 홀탱님은 조금만 더 가자하다가 그러면 나는 나무 그늘에서 기다릴테니
혼자서 갔다가 오라고 홀탱님 보내고 흑천에 핀 나리꽃과 놀고 있는데 홀탱님 금방 돌아왔다.
아니, 왜?
다리를 건너가니 자전거길이 금방 없어지고 차도가 나오더라나~
그래서 흑천을 따라 내려오다가 점심을 어떻게 먹을까 의논하다가 홀탱님 다리건너 갔더니 식당이
있는것 같더라고 용문역에서 맨날 먹던 중식에서 벗어나볼까? 오케~이 여.
다시 되돌아 다리를 건너서 용문관광단지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낙지요리만을 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워낙에 낙지요리를 좋아해서 무교동 원조 낙지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지금도 예전 집을 찾아 가끔 낙지
요리를 먹는 매콤식성이라 낙지요리가 반갑기만 했다.
차림표를 보니 요리라 할 수 있는 것들은 가격이 만만찮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낙지 덮밥을 주문했더니
아니 웬 낙지 덮밤이 이렇게 푸집하고 맛있는겨~?
시장이 반찬이었나? 정말 맛있었나? 아뭏든 1인분에 8,000하는 낙지 덮밥을 꿀맛으로 먹고 왔다.
다음부터 용문에 오면 무조건 낙지덮밥? 을 약속하며 용문 전철에 올랐다.
2호선 강변역에서 잠실철교 육교를 내려서면 광나루의 강변에 휘늘어진 버드나무가 멋드러지다.
예전엔 광나루 주변 민물고기 매운탕집에서 회식을 하고 강변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강바람에
회식에 먹은 취기를 날리던 추억이 있는 광나루~
팔당대교 쉼터에서 잠깐 휴식을 하고 홀탱님은 기념사진도 찍고.ㅎ
일요일인데도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많다. 토요일은 말 할 것도 없고~
팔당대교에서 건너다 보이는 하남시의 전망대 모습.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국수역 조금 못미쳐 있는 굴렁쇠 쉼터의 그늘막에 올려 키우는 여지덩굴이 싱그럽다.
울퉁불퉁 꼭 멍게를 닮은 여지가 잎새 뒤에 여기저기 숨어 열렸다.
주황색으로 진하게 익으면 쩍 갈라지며 진 붉은 속살에 씨앗을 뱉어내는 여지.
예전 자취 할 때 창문의 방범 철창살에 올려 키워서 그늘도 만들고 가리개 역할도
톡톡히 해주던 여지가 주렁주렁 열려서 쩍쩍 벌어지면 달큼한 냄새가 진동을 했었지.
여지를 찍고 있으니 홀탱님 여지만 찍지말고 같이 기념사진 찍어달라고~ㅎ
강변쉼터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장관이다.
멋진 수형만큼 그늘도 크고 훌륭해서 쉬어가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쉼터이다.
마른 장마가 길어지며 긴 가뭄탓일지 한강의 물도 흑천의 물도 예상했던것 보다 수량이
적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맑게 흐르는 시원스런 물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흑천을 거스르며 탐스럽게 익은 칠엽수(마로니에) 열매도 구경하고.
칡꽃
하눌타리꽃
삼성천을 거스르며 만난 칡꽃과 하눌타리꽃, 오동나무 열매.
어릴적 학교 운동장가에 자라는 튼실한 오동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그 열매가 떨어지면
주워서 먹었던 기억인데 지금 생각하면 오동이었는지 개오동이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아뭏든 바짝 마른 통후추같이 생긴 작은 알갱이 열매를 깨물어 먹으면 호두같기도하고
아몬드맛 같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홀탱님을 혼자 탐방보내고 흑천을 구경하다가 만난 나리꽃과 화초 호박.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자리에 가족끼리 자리를 잡은 가족에 꼬마녀석 매운 낙지를
호호거리며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맵다며 박하사탕하나 입에 물고 있는 녀석이 귀여워
몇살이냐고 물으니 손가락으로 세살이란다. 하는 짓 하나하나 귀여워서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길이 오가다가 정이들었는지 우리들의 행색이 신기했는지 꼬마 녀석이 우리가
식당을 나와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유리창으로 똑똑 노크를 한다.
우리가 눈길을 돌리면 똑똑똑.... ㅎㅎ 눈 맞추며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홀탱님~
내가 화장실 간 사이 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서니까 식당문을 열고 나와서 쭈뼛거리는
아이가 귀엽고 거리낌없이 따라주는 아이가 고맙다고 고사리손에 천원짜리 지페를 쥐어
줬더니 아니 이녀석 돈을 아는지 주머니에 꼬깃꼬깃 챙겨 넣는다.ㅎㅎ
주렁주렁 달린 조롱박 덩굴아래서 기어이 포즈를 잡고 선 홀탱님!
조롱박보다 홀탱님이 더 귀여워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