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올해도 엄니의 죽순이 왔다.

두레미 2014. 5. 28. 08:08

 

 

 

당신이 최고야~ 당신이 최고야~

어제 죽순을 받아놓고 이제서야 전화를 드리니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 요란하게 울리고 울리다가 엄니 목소리가 들린다.

"이~  큰 딸이지?  나 지금 수영장가니라고 버스타서 잘 안들링게 알았어 이?"

"예 알았어요.  보내주신 죽순 잘 받았다고요.  수영장 잘 다녀오세요."

씩씩하신 우리 엄니는 나이도 안먹고 늙지도 않으실 줄 알았지.

언제나 웃는 얼굴 자식들 챙기기에 몸도 마음도 바쁘게 움직이시는 엄니신데

이제는 노인성 난청으로 마주앉거나 조용하지 않은 곳에서의 대화가 어려우시다.

등뒤에서 하는 소리 여럿이서 나누는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시니 귀먹어리 다 됐다고

의기소침해 하시면 "엄마 늙으면 아무소리나 다 듣지 말라고 하늘님이 일부러 그렇게

잘 안들리게 하시는거래요.   좋은 맘으로 좋은 소리만 들으시라고 그런데요." 그러면

"그렇긴 그려.  늙으면 적당히 신경끄고 살아야 하는디 너무 귀가 밝아서 들을 소리

안 들을 소리 다 들리면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니께 맞는 말여.   그래도 이정도면

그냥 웬만히 잘 알아듣는 편이지?"   "그럼요.  아무 문제 없어요." ㅎ

자식들의 말 한마디가 어떤 영양제보다 힘을 나게 하시는 엄니께서 올해도 죽순을 보내주셨다.

"죽순이 얼나마 큰지 내 장단지보다 커서 강다리를 해야 혀~"

엄니가 보내주신 죽순을 맛있게 잘 먹는다는 그 한마디에 죽순을 잡고 강다리 하셨을

엄니를 생각하면 콧날이 시큰해지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너덜너덜한 죽순의 밑동엔 커다란 죽순을 잡고 용을 쓰셨을 엄니의 흔적이 고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