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시겸사 고향나들이
가정의 달 오월 어린이날도 지나고 어버이날도 지나고 스승의 날도 지났는데
이차저차 유월에나 찾아뵐까 했던 친정어머님을 고향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다는
청첩을 받은지라 겸사겸사 친정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밀리는 자동차를 두고 몸도 마음도 가뿐하게 직행버스를 타기로 하고 터미널에
갔더니 웬걸 우리가 타려던 버스는 매진이되었고 다음차를 한시간 반이나 기다려
탔더니 새길을 몇개나 더 내었어도 역시 정체되는 자동차 행렬에 삼십여분 늦게
도착하여 마무리 식이 한창인 혼주는 보지도 못하고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온 친구들
얼굴만 겨우 보고는 친정으로 직행~
부여시장에서 장을봐가지고 버스를 기다리며 길건너 담장너머로 보이는 정림사지 석탑을 카메라에 담고.
노지에 막 첫잎을 피워낸 꽃상추가 화초처럼 이쁘게 자라고 있다.
친정집에 도착하면 엄니 얼굴보고 남새밭부터 시작하여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일
둘러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래야 엄니께서 좋아라 하시는 이유도 있다.
둘러보며 관심을 가져 주고 칭찬해드리면 그동안의 노고와 외로움을 보상받으시는 듯하다.
참 잘도 가꿔놓으셨네.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시며 자식처럼 가꾸시는 텃밭채소들을 자식
자랑하듯이 하시는 친정엄니께 진심으로 감사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자식들은 .
참으로 씩씩하시고 훌륭하신 엄니가 마음저리게 고맙고 감사합니다.
텃밭 하우스 안에 주렁주렁 고추가 열렸고 그 자투리와 가장자리엔 각종 채소들이 즐비하다.
꽃상추와 치커리 열무 파 감자......
한창 무성한 마늘밭에서 폼을 잡으신 홀탱님!
모녀도 기념사진 한장 찍어준다는 성화에 손사래를 치시는 친정엄니를 꽉 붙잡고 한장~ㅎㅎ
끝물인 작약꽃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뒤꼍의 해갈이하는 감나무엔 올해 감이 많이 열리려는지 감꽃이 다닥다닥 붙었다.
그 감나무밑엔 예전 금강의 재첩이 지천이던 때 한겨울 빼고는 밥상에 올랐던 찬중에 찬이었는데
지금은 진한 그리움으로만 남아있다. 그 때의 흔적이 아직도 패총무더기처럼 흔적으로 남아있다.
뒤곁 장독대 뒤에 돌축대엔 원추리와 딸기가 무성했었는데 모내기가 시작되는 유월초 원추리꽃이 노랗게
음달인 뒤꼍을 밝히고 빨간 넝쿨장미와 하얀 딸기꽃이 피고 잎새뒤에 숨은 딸기 찾아 따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무너져내리는 아주 낮은 돌무더기처럼보일 뿐 원추리며 딸기며 흔적도 없어지고 돌 사이로 돌나물꽃이
별처럼 옛추억처럼 곱게 피었다.
우리들의 엄니 신여사님은 귀경 다했으면 이자 시원한 수박 쪼개 먹자고 수박을 쩍쩍
쪼개놓으시는데 세상에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배가 땡기도록 먹었다.ㅎ
수박을 박박 긁어먹는 우리를 보신 엄니께서 수박은 이렇게 먹는거여 하시며 시범을 보이시는데
3/2쯤 먹고는 훽 던져버리신다. 아니 이 아까운 수박을 다 드셔야지........
아이거 요즘 흔한게 수박여~ 달고 맛있는데만 이렇게 먹어도 다 못먹어~ 하시며 더먹으려는
수박을 뺏어놓고 새 쪽을 집어주시는 엄니. 예전 같으면 수박 심줄 나올 때 까지 박박 긁어 먹었겠지만
요즘 한창 흔한 수박철이니 달고 맛난것만 먹어도 다못먹는다며 자꾸 새것을 집어주신다.
딸숙이 챙겨준 가렌드를 가져다가 장식해드리고 기념사진.
엄니닮은 딸과 그딸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걸 세월은 그렇게 흐른다.
닮아가고 늙어가고 ..........
소박하게 차린 저녁밥상에 둘러앉아서 행복한 시간.
우리 엄니의 이야기는 끝이없고 한얘기를 또 하셔도 처음처럼 들어드리는 딸과 사위.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밤이 사위어가듯이 사위어가는것이 인생인것 같다.
모처럼 밤새 한번도 깨지 않고 단잠을 자고 난 새벽 두런두런 부억에서 장모와 사위가
아침준비를 하고 있다.
장모님 조기는 제가 잘 구워요. 조기는 제가 구울께요.
그려? 그럼 조기는 자네가 궈봐.
아이거 다 타네 다타~ . 빨리 뒤집어.
장모님 아직 더 구워야 돼요. 뭐라 하시면 저 잘 못해요.
아이거 다 탄당게~ 시상이 조기를 이렇게 바싹 태우는 사람이 어딨댜~
장모님 자꾸 뭐라 하시면 저 잘못헌당게유~ ㅎㅎㅎ
아이거 다 타네 다타 시상이나~
바삭하게 구운 조기와 아침을 맛나게 먹고는 교회가신다는 엄니와 다시 기념사진 찍고
높은 마루에 앉아 마당에 의자를 놓고 맞춰놓은 셀프타이머로 찍은 사진이 그네를 탄다.
붕어빵모녀.
어릴적 날만 새면 나와 뒹굴며 놀던 은행나무아래 놀이터이지만 항상 팽나무 밑이라고 했다.
어른 장단지 만하던 팽나무가 이렇게 자라 거목이 되어서 은행나무보다 더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그 때 그 바위들이 아직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볼 때마다 옛날 추억이 생각난다.
바위에 올라타기도 하고 엎드려 미끄럼도 타고 바닥의 잔디밭에 엎드려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며 미끄럼을 타면 한참을 내려왔던것 같은데 손마닥만한 나무 그늘아래
놀이터가 남산만하게 기억되는 어린시절의 추억은 변함이 없다.
말타기 놀이를 하던 바위는 지금보니 꼭 자전거 안장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수박밭에서 폼을 잡은 홀탱님. 잘 가꾸어진 수박밭을 보고 흥분한 홀탱님은 농부의 아들 맞다.
이쁜 수박을 보고 또 보고 그냥가면 안된다고 사진 찍어야 된다는 홀탱님.
양손에 주렁주렁 들고온 엄니로부터 받은 선물들.
아직도 엄니로부터 받을 수 있음에 이보다 더한 감사는 없다는 생각이다.
친정에 갈 때마다 하는 우리들의 똑같은 생각에 하는 한마디
엄니로부터 기받으러 가요. 기 받고 왔어요.
두레미네도 엄니로부터 기받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