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 자전거길 맛보기
계절의 여왕 5월은 녹음의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
살아있는 초목은 어느것이고 이쁘지 않은 것이 없다.
발치에 피어난 크로바꽃 향기가 진하게 올라오고 바람결에 일렁이는 아카시아 향기와
매콤한 찔레 향기가 넘실대는 오월의 주말 어디라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한잔을 마셔도 시간이 더디어서 나선시간이 오전 9시30분이 조금 안되었다.
안양천을 내려가다 양화지구 인공폭포쪽으로 올라 성산대교를 건너 한강 난지지구공원을 지나면 방화대교
밑으로 창릉천에 평화누리자전거길을 잇는 다리가 개통되어서 행주대교지나 강변쪽으로 이어지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듯 했다.
이 다리가 이어지기전엔 잠수교를 건너 차량이 다니는 좁은 길을 위험을 무릅쓰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언제나 창릉천을 거슬러올라 대곡교밑에서 다리를 건너 행신동 전철 차량기지를 지나 행주산성아래
마을길을 이용해 다녔었다. 포장이 안된 울퉁불퉁한 길과 농로를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지름길이 생겼으니
시간이 단축되고 산뜻한 자전거길에 강변으로이어지는 평화누리 자전거길이 이어지면 농로를 타고 우회하던
길에서 벗어나 시원한 강변길을 달릴 수 있을것 같아 기대가 된다.
행주대교를 건너려다가 가림막이 버티고있는 새로난 길에 호기심과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기어이 월담을 했다
강변 감시초소는 비어졌고 철조망넘어 넓은 농지엔 봄채소와 농작물들이 가득하고 농작물 가꾸기에 바쁜
농부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언젠가 평화누리길 개통식이라는 뉴스를 본것도 같은 길이 꽤 길게 이어져서 가다가 만난 마무리 작업하시는
아저씨께서 아직은 들어오시면 안된다고 빨리 나가라는 말에도 궁금증이 폭발한 홀탱님 이것 저것 물어보니
짜증섞인 말투로 아뭏튼 나가라는 말에 길이 이어진 곳 까지만 살살 가보겠다며 막무가내 저어가니 더이상
못말리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뒤따르는 두레미 얼마못가서 길은 막혔고 되돌아오는길 마무리 선긋기 작업을
하시는 아저씨들께 말 안들어서 죄송하다고 수고하시라고 인사를 했더니 그 때서야 웃으시며 왠 궁금증이
그렇게 많으시냐고 환하게 웃으시니 홀탱님 또다시 질문공세에 기가 막힌 아저씨 오늘로 이구간은 끝나니까 내일
당장 다시 와보세요. ㅎㅎ ㅎ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나오며 행사 때 전시되었던 사진들 몇장을 찍어왔다.
행주대교에서 서쪽방향으로 내려서서 이어지는 평화누리자전거길이 마지막 마무리 단장을 하고 있다.
지금은 바로 오른쪽 샛길로 우회를 하여야 파주를 거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갈 수 있다.
강변의 넓은 퇴적토에 가꾸어지는 채소와 농작물들
월담을 하고서 기념사진한장 찍어달라는 못말리는 홀탱님.
두 주먹을 불끈쥔이유가 무엇이냐니까 공비가 나타나면 두 주먹쥐고 잡으려고 그랬다네.ㅋㅋ
걷어지는 철망들 그동안 드리워졌던 경계와 긴장감도 함께 걷어지기를 평화를 누리는 길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래 본다.
감시초소를 지키던 병사들은 철수를 하였고 녹슬고 빛바랜 빈 초소만 덩그러하다.
불신과 적대감은 녹슬어 산화되어지고 대신에 저 초록으로 싱싱한 쇠뜨기처럼 싱그러운
신뢰와 믿음이 자라서 서로 함께 손잡고 평화누리길을 거닐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철책선을 지키는 장병의 사진 앞에선 아직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강을 사이에 두고 다리도 나뉘어지고 남과 북은 태극기와 인공기가 걸렸다.
전쟁중에 위문공연을 온 미국의 여배우.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에 참전하였을 때 연예인들이 베트남에 파견된 우리 장병들의
위문공연을 하던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사진이다.
자연과 동물은 자유로이 오가는데 인간만이 갈리어졌다.
홀탱님의 뒷모습을 보는것 같네.
1945년 8월17일 광양에서 일었던 시민들의 만세행진.
넓은 감자와 파밭의 풍경에 눈이 시원해지고 마음은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김포대교 모습.
철망사이로 핀 지느러미 엉겅퀴는 철망을 닮았는지 가시를 잔뜩 단채 붉게 피었다.
전쟁으로 찢어지고 갈라진 사람들의 피멍든 가슴을 피워내기라도 한듯이 그 빛이 너무도 선명하다.
가시로 싸인 봉오리를 벌리고 아름답게 피어난 엉겅퀴처럼 가시철망같은 경계와 긴장감도 풀고
불신과 적대감도 풀고 엉겅퀴보다 더 아름다운 꽃 피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행주대교를 건너서 안양천 입구에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안양천 들머리에 가꾸어진 꽃밭구경도하고.
집앞 자투리 공원에서 마무리 몸풀기 운동을 하면서 운동기구에 누워 보이는 하늘이 싱그럽기만 하다.
오월은 푸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