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담그다.
정월이 가기전에 장을 담가야지.
날짜를 세다가 깜빡깜빡 바자회 기간을 놓쳐버렸다.
고추장메주가루를 사러 나갔더니 바자회가 어제로 끝이 났다고~
친정엄니께서 메주를 보내주셔서 느긋하니 날짜를 세다가 그만 바자회를
놓쳐버렸으니 대신 마트에 들러 메주 한덩이를 사다가 쪼개어 말리고 있다.
일단은 장을 앉히는데 해마다 담가도 항아리에 따라 물의 량이 다르니 생수
몇병에 소금물을 풀었는지 헷갈린다.
열병이었던가 여덟병이었던가 아니 여섯병이던가?ㅎㅎ
여덟병에 소금물을 풀어놓고 말날이라는 28일 아침에 항아리 소독을 하고 풀었던
소금물을 걸러 항아리에 물을 붓는데 메주가 한덩이 더 있어서인지 생수 여섯병으로 가득하다.
숯이며 붉은 고추까지 챙겨보내신 엄니덕분에 숯을 달구고 붉은 고추를 닦고 대추와 참깨,
그리고 잘 닦아 말려두었던 지푸라기 몇토막 띄우고나니 장항아리 단장이 훌륭하다.
쪼개어말리는 메주가 잘 마르면 곱게 빻아 고추장을 담그고 장이 익기를 기다려야지.
올 한해 살림시작이다.
음력 정이월 초하룻날이면 겨우내 묵은 집안 대청소를 마치고 뒷산에서 꺾어온 솔가지를
지붕마다 던져 얹고 대청소로 모아놓은 쓰레기를 태우고 그 불을 뛰어넘으며 한해 건강과
소원을 빌었었다. 또 으레 검은콩을 볶아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발달한 문명의 시대, 의학의 시대에 살다보니 옛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와 풍습은
점점 잊혀져가고 옛날 이야기가 되어간다.
음식문화도 점점 변해가고 장을 담그는 일도 일상생활에서 점점 사라질것이다.
새롭게 변화할 것이다.
새로 정리한 화분들도 안정되어가고 익숙한 풍경이 되어간다.
무성한 파키라 잎에 가리워져 제 기색을 내지 못했던 고무나무가 한껏 기지개를 펴는듯하고
로즈마리와 분가한 고무벤자민과 한라봉, 천리향이 의젓해졌다.
이십여년 가까이 함께하는 파키라, 고무나무, 셀렘, 고무벤자민은 터줏대감이 되엇고 새로
자리를 잡아가는 부겐베리아와 로즈마리, 그리고 향나무와 천리향이 수형을 갖추어간다.
그동안 내손을 거쳐가며 추억으로 남는 문주란과 군자란, 씨앗을 발아해 이쁘게 수형을 갖춰가던
자귀나무와 감나무 연산홍, 홋동백과 겹동백 철쭉과 작은 포토 화초들.
그중에 감씨를 발아해 5~6년을 키우던 감나무의 단풍이 제일 고왔고 자귀나무의 늠름함도 참
좋았는데 진딧물과 개미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퇴출 되었다.
자귀나무의 달착지근한 수액에 진딧물이 번성하고 공생하는 개미들이 꼬여들어서 온통 찐득한
꿀물이 줄줄 흐르고 온 집안을 점령한 개미와의 전쟁에 시달려야 했으니.....
베란다에서 장수하는 화초로는 독한 수액으로 진딧물이 살 수없고 꽃이 없는 잎이 무성한
화초들이다.
이십여년 함께한 스파트 필름이 시름시름 맥을 못추고 있어서 새 흙과 새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 주었는데 오랜 추억을 연장 해 줄지..... 뽑아 버릴까 했더니 그간 함께한 추억이 있는데
한번 더 기회를 주어보자고~ 그래 최선을 다해보자.
인연이 닿는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