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형 시설 하우스를 짓고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친구인데 지금 농한기에
거름으로 코코넛 카본이라는 일종의 재를 뿌리고나서 검댕을 뒤집어쓴 모습을
짖궂은 친구가 찍어 보냈습니다.
잠을 자다가 새벽에 잠이 깨어 시간이 궁금해
머리맡의 폰을 열었다가 깜짝 놀랬습니다.
온갖 스팸이 와도 이렇게 험상궂은 사진을
보내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거기다가 애인까지 구한다니~
벨 미친놈도 다 있네. 하며 지우려다가
마주치는 눈빛에 사진을 내려보았습니다.
어디서 많이 낯익은듯한데 아래 위를 훑어보니
푸하하하........
아니 이런 친구들~
옆에 자고 있는 홀탱님을 흔들어 깨웁니다.
이봐요~ 홀탱님 폰 한번 열어봐봐.
아니 자다가 왜 갑자기 폰을 열어보라는거여~
암튼 열어봐요.
아무것도 없는데?
그려 그럼 이것 봐봐요. 이게 누군지 알어?
푸히히히......
돌아오는 일요일 고향 친구의 딸 예식 청첩을
받아놓았습니다.
소식을 받고도 아무런 대꾸가 없으니 친구들 우리의 소식이 궁금했었나 봅니다.
물론 참석하려고 맘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직접물어보기 보다 이렇게 우회적으로 물어오는 친구들입니다.
고향 모임전에도 소식이 없으면 애인을 사칭한연서를 보내서 우리를 웃음짓게 하는 친구들입니다.
올초 신년 모임에 친구들 주려고 샀던 책 몇권을 깜빡 잊고 그냥 가는 바람에 우리집 거실 한구석을
내내 차지하고 있던 꾸러미를 다시 포장하여 들고 가야겠습니다.
예전 직장을 다닐 땐 고향 친구들에게 샘터 정기구독권을 끊어 보내주기도 했었는데 결혼을 하면서
서로 바쁘기만 했었지요. 이젠 자신을 돌아볼 나이가 되었으니 몸이건 정신이건 추스르고 가다듬어
보수해야 될 시기가 된것 같아요. 건강하고 심심하지 않은 노년을 위해서 말이지요.
고향을 지키거나 떠났거나 만나면 금방 예전으로 돌아가는 고향 친구들이 있어 우리들의 일상이 훨씬 더 즐겁습니다.
특히 고향을 지키며 언제나 격의없이 맞아주는 고향 친구들에게 항상 고맙고 갑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