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웬일이야?

두레미 2013. 8. 27. 06:52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은 초저녁까지 그 기세가 등등하지만 새벽녁이되면

선선한 바람이 구름사이에 들고 가벼워진 구름이 높아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내어다보는 동쪽하늘이 이쁘기만 합니다.

아침노을도 색이 고와지고 몽글몽글 무리를 지은 양떼구름이 몰려다닙니다.

주말 아침 더위에 바깥 나들이 꺼리던 친구들이 모처럼 얼굴 보자는 연락이 오고요.

일요일아침 일찍일어나 아침지어먹고 온전한 내 하루를 위해 저녁밥까지 지어놓구요

양떼구름을 몰고 룰루랄라~ 발걸음 가볍게 집을 나선길 영등포구청역에서 전철 5호선으로

갈아타고 시원한 바람에 살갗에 닿는 옷자락의 느낌이 산들산들합니다.

전철안은 일요일이어서인지 붐비지 않아 쾌적하고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시선을 묻었고

피곤한 사람들은 잠에 빠져들었고 수다쟁이 아짐들은 일상의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수다를

떨며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길동역에서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역 구내벤치에서 잠시 쉬고 있는중에 나이 지긋하신

남자어르신들과 한편엔 할머님들께서도 친구분들을 기다리시며 얘기꽃을 피우시는데 역시

사람살아가는 이야기는 거기서 거기더라구요.

남자 어르신들도 올 여름 더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냈다는 이야기에 어린손주들과의

이야기,  살림살이에 김장고추이야기까지 할아버지나 할머니나 그이야기가 그이야기이니

아니 웬 이야기의 주제가 왼쪽귀로 들어오는 것이나 오른쪽귀로 들어오는 이야기나 비스무레

이쪽도 저쪽이고 저쪽도 이쪽이니 웬일이예요?   부르는 호칭만 다를 뿐~

아~ 형님!  선배님!  덕수씨,    얘~ 효순아~!  귀자야~  ㅎㅎ

 

친구들과 만나 차 두대로 퇴촌을 지나 양평 어디쯤인가 한적한 한정식집에서 두어시간을 아주

본전을 뽑고 나왔습니다.

모처럼 나와서 맨날 먹는 한정식이냐~  태클을 거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일 편안하고

익숙한 것으로 낙찰되었지요.

점심을 먹고 나와서는 팔당호주변의 한적한 찻집에서 또 몇시간을 수다를 떨고도 아쉬움이

남는 친구들은 아주 다음엔 2박3일을 날 잡아 날밤 새워보자 합니다.ㅎㅎ

만난김에 날짜를 잡자고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해보지만 뚜렷이 할일 없는 늙은 중년아짐

아제들도 시간 맞추기가 어렵더라구요.   운만 띄우고는 기약없이 헤어졌습니다.

팔당호의 아름다운 석양을 담아가지고 귀가하니 부자는 늦은 저녁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상차림과 설겆이도 분담을 하면서 화기애애 합니다.

웬 일이세요? 

행복한 저녁이예요.

 

 

 

 

 

 

 

 

 

 

 

 

 

 

행복한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홀탱님 임시휴무랍니다.

아이들 나가고 둘이서 뜨거운 한낮을 집안에만 있을 홀탱님이 아니지요.

오랫만에 하트코스를 한번 돌아오자고 합니다.

안양천을 거슬러 올라 인덕원교에서 안양천을 벗어나 과천청사로 넘어가면  바로 과천

중앙공원과 연결이되고 양재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양재천을 따라 탄천과 만나 한강으로 내려와 한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오면 안양천으로

들어가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O.K~

 

월요일 가정주부는 할일이 많습니다.

주말동안 미뤄지는 집안일들과 주말동안 먹은 반찬들도 보충해야되고요.

주말동안 흐트러진 집안도 정리정돈 해야되고요.

전 날의 외출로 다소 피곤함도 있었지만 다 미루고 홀탱님과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기전 홀탱님이 묻네요.

"카메라를 챙길까요?"   "아니요"

"웬일이야?"     "그냥~"

 

그랬더니 아침햇살에 반사되는 밝은 녹색의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카메라를 안 챙겨온것이

후회가 되더라구요.   한여름의 어두운 녹색이 이제는 건건한 갈바람에 밝은 녹색으로 변해서

어찌나 눈부시게 아름답던지,  길가에 핀 무궁화꽃이 아침햇살에 그림같고 높다란 석축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덩굴과 그 아래 밝은 초록의 풀잎들,  박주가리꽃이 내뿜는 은은한 향기까지.

향긋하고 산뜻하게 얀양천을 거스르는데 월요일 아침 의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양재천을 따라 내려오면서 호박잎따던 얘기며 탄천을 들락거리던 얘기를 하다가 내친김에 탄천을

들어가보자고 하는 홀탱님~

지금까지 거리도 만만찮은데 탄천을 들어갔다 내려오면?

이왕에 칼을 뺏으니 ...........ㅎㅎ

 

탄천을 거슬러 오르고 또 오르고 어디까지 갈뀨?

"용인시계까지만 갈까?  미금교 지나면 산밑으로 울창한 숲을끼고 달리는 좋은 길이 있잖아."

그렇게 해서 용인 시계까지 갔다가 회차하여 안말사거리로 올라 점심을먹고는 묵묵히 맞바람과

싸우며 페달을 밟아요.

분당 안말사거리의 음식점옆에서 할머니들께서 보따리를 풀어 파는 푸성귀를 사서 자전거에

대롱대롱 달고 앞서가던 홀탱님 갈 수록 발놀림에 힘이 빠져가고 엉덩이 드는 횟수가 많아집니다.ㅎ

동호대교지나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맥주라도 마시고 갈까?~

편의점 그늘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캔씩 샀는데 맥주가 생각보다 안 먹힌다며 천천히 맥주를 마시고

여의도를 들어섰는데 웬일이야~  오늘은 여의도가 왜 이렇게 긴거야? ㅎㅎㅎㅎㅎ

얀양천으로 들어서서야 맞바람이 뒤에서 밀어줍니다.

홀탱님,  

오늘은 근력운동을 하지말고 그냥 들어가자네요.

다른 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안양천 제방에 올라 꼼꼼히 근력운동을 하고도 동네 자투리공원의 기구에서 마지막 마무리 운동까지

하고서야 돌아오는데 오늘은 생략을 하자네요.

아이고 홀탱님 웬일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