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맘 변했다.
요 며칠 맘이 분주 했었지. 엄니 땜에~
언제나 거칠 것없이 씩씩하기만 하신 엄니
연세 드시니 퇴행성으로 척추에 이상이 생겼는지
엉덩이에서 다리까지 어떤 땐 장딴지까지
신경따라 아픔이 내려간다고......
타고난 식복으로 맛없는 음식이 없으신데다
건강 체질이신 엄니 동작이 빠르기로는
젊은 우리들보다 빠르셔서 지금도 우리가
부엌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답답해 하시는 엄니
제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시는 연습좀 하시라고
지금도 자식들에게 주는것을 더 좋아하시는
그런 엄니께서 앉았다 일어서기가 영 부자연 스러우니
옛날 같지 않은 몸 상태에 남편처럼 앉아서
남의 수발 받을까 걱정이 태산 같으셨지.
읍내 병원이건 의원이건 몸이 조금만 아파도
찾아다니며 건강지키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는데
나이가 드실 수록 예전같지 않으니 수술이라도 해서
고칠 수 있다면 고치고 싶다고........
그런 노모에게 무작정 웬만하면 참아보시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은 자식된 도리로서 어려운 일.
그래도 제일 가까이 사는 제부가 언제나
장모님 일이라면 입안에 혀처럼 살뜰히 보살펴드리는데
이번에도 살뜰한 사위는 장모님을 모시고 바쁜 와중에도
병원을 모시고 다니며 이검사 저검사 받게 해드리고
결국은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날짜까지 잡았네.
그런데 막상 수술 날짜가 다가오니 엄니 슬슬 불안감이
드는지 사람들만나면 수술얘기를 하시고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겠다.
만나는 사람마다 웬만하면 수술은 안하시는게 좋다고
불안감은 더 커져가고 날짜는 다가오는데 마음이
편치 않으니 밤에 꿈속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나타나셔서 절대로 가선 안된다고 말리셨다나
수술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는 택시를 타고 가는중에
친절하신 기사님과 얘기얘기 하다가 수술얘기를 하니
절대로 안니되옵니다.
사위분을 내가 만약에 아는 사람이라면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엄니의 마음을 확 바꿔놓았지.
사위를 만나 점심을 맛나게 먹고
사실은 나 수술을 안했으면 좋겠네.
아무리 생각혀도 그냥저냥 버티다가 나중에
정말로 힘들면 그 때 가서 하던지 지금은 그냥저냥
버틸만 하닝께 수술 없던걸로 하겠네.
그동안 애쓴 사위한테 미안허지만 내 맘이 변했다네.
자식이 여럿이어도 요즘세상에 여식들도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지라 병원에 입원을 해도 달려와
병간호 해줄 자식 손에 안 꼽히니 입원에 앞서 병간호 해
줄 간병인 부탁부터 하셨다는 엄니.
그래서 내내는 못하더라도 며칠간이라도 간병을
생각하고 나름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무더운 날씨와 연일
내리는 장맛비에 마음이 복잡했는데 막상 맘이 변하셨다니
또한 마음이 복잡한게 하루종일 멍한 마음으로
마음 갈피를 서성이는데 집에 돌아오신 엄니
전화를 하셨다.
나 애쓴 사위한테는 미안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냥 더 버텨 보는게 나을것 같아서
수술을 안하기로 했다고 내 맘을 얘기라도 하려고
전화를 하셨다고 집에 오니 동네 사람들도
말은 안했지만 그 정도면 수술을 굳이 할 필요 없을것 같았지만
말을 할수가 없었다고 한다고 내일 동네 잔치가 있는데
잔치 못오겠네 했는데 잔치 먹으러 가게 생겼다고 며칠동안
줄다리기하던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후련하다신다.
아이고 그려 엄마~
나도 엄마 병간호가려고 집안 치우고 반찬 해놓고
준비 했는데 엄마덕분에 며칠 편하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