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자전거 종주길에
서울의 한강주변을 맴돌다가 작년 5월 새롭게 이어진 한강 자전거길이 궁금해
조금씩 늘려가다가 양평에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여주 이포보를 다녀왔었다.
집에서부터 가져간 땅콩크림빵이 다 뭉개져서 크림이 뒤범벅된 빵을 먹으며
다음엔 충주까지 가 보자고 충주에선 내친김에 종주를 해보자고 했었다.
그렇게 이어진 4대강의 종주길은 낙동강과 남한강, 북한강에서 영산강으로 이어졌고
금강, 금강이 남았었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키워내고 아직도 우리들의 마음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금강.
어릴적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금강을 달려보는것, 추억속으로 달려가는것.
강건너 파진산을 바라보며 키웠던 궁금증과 강건너에서 바라보는 우리동네모습이 궁금한것은,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 만큼이나 궁금했었다.
아직도 눈에 선한 예전의 금강변과 다니던 길들의 추억은 마음속에 그대로인데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금강 종주길에 올랐다.
대전 종합청사앞에서 내려 갑천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따라 대덕대교를 건넜다.
대덕대교를 건너 갑천으로 내려서니 잘 닦여진 자전거도로와 노란 금계국이 한창 이쁜데
자전거길 양쪽으로 사열하여 우리들의 금강 종주길을 응원이라도 하는듯 하다.ㅎㅎ
갑천을 따라 내려가서 금강을 만나면 대청댐으로 거슬러 상류로 올라 대청댐에서 시작했다.
일찍 더워진 날씨는 한여름 같아서 대청댐을 오르는데 진을 빠지게 하였다.
물 한병씩을 달고 가볍게 시작한 하이킹은 오전인데도 시멘트길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갈증은 심해지는데 물은 달랑달랑 타는 목을 축이며 느끼는 심적부담감이
우리를 더 빨리 지치게 했다.
갑천이 금강본류와 만나는 합강부의 모습을 홀탱님 꼭 찍어야 된다면서 기념사진도 한장찍고.
왼쪽이 갑천이고 오른쪽이 금강 상류로 대청댐 올라가는 길이다.
대청댐에서 기념사진
시간이 있다면 댐 상류로 올라가
청남대를 한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는데
우리는 갈길이 바쁘다.
대청호
대청댐에서 내려오는길에 잔잔한 호수에 비친 주변 풍경의 반영이 실제 모습보다
물속에 비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찍었는데 실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
대청댐을 보조하는 조정지댐의 모습.
강을 따라 내려오다 갑천과 만나기 조금전에 현도교라는 다리를 건너 우회하여
세종시쪽으로 내려가는길에 둔치의 꽃들.
이 꽃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언덕으로 올라 우회하여 다시 금강으로 들어가는데
우회 고갯길에서 만난 버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홀탱님 위에서 기다리거나 말거나 자전거를 세우고 버찌나무를 잡아당겨 손 닿는대로
버찌를 따서 입에 넣는데 씨를 발라낼 겨를도 없이 굵은 씨까지 꿀떡꿀떡 넘어간다.
길가에 버찌며 오디를 손닿는대로 따먹으며 물대신으로 물을 아껴야 했다.
세종시 자전거길옆 장어마을의 언덕길을 올라서자 환호성과 함께 장미꽃을 건네주며
응원해주는 동생네 부부팀이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의 종주계획을 미리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반짝 이벤트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서
깜짝놀라는 홀탱님 표정이 압권이다.
깜짝놀라면서도 좋기도 쑥쓰럽기도 미안하고 고맙기도한 홀탱님의 표정~ㅎㅎ
함박웃음으로 피어난 마음. 감사와 환희 가슴 뭉클한 우애~!
눈물날뻔 했시유~
마라톤과 수영 이제는 골프까지 생활체육의 달인인 동생네들 홀아비심정은
과부가 안다고 했던가?ㅎ
대전과 청주사는 동생네가 벌인 깜짝이벤트엔 장어 그 이상의 힘이 있다.
맛난 음식과 멋진 사진으로 축하와 격려를 해 주는 가족이 있음에 종주내내
힘이 되고 격려가 되었고 두고두고 삶의 윤활유가 될 것이다.
대전 사는 동생네가 세종시로 들어가기 전까지 자전거로 동행해주어서
미호천과 만나는 합강정에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고 헤어졌다.
미호천은 충북음성의 보현산에서 발원하여 금강으로 흘러드는 89Km의 금강 최대 지류이다.
왼쪽이 금강이고 오른쪽이 미호천인데 금강은 미호천과 만나 수량이 더 풍부해진다.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금강변엔 색색의 꽃들로 그 빛깔이 황홀하다.
오후의 기우는 햇살에 그 빛은 더욱 환상적으로 빛이나고 홀탱님은
꽃밭에 앉아 꽃밭의 남자를 자처하며 기념사진을 한장 찍어달란다.ㅎ
방금 헤어진 동생네와 함께 여기까지와서 요렇게 예쁜 꽃을 함께
봤으면 더 좋았을걸 아쉽다는 말을 연발, 연발~~~~~~~
공주에서 유일했던 옛 금강교로 난 자전거길을 건너서 기념사진.
예전엔 이다리를 건너서 서울을 왕래했던 추억이 서린 다리이다.
지금은 공주시도 커져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강을건너는
다리도 몇개가 더 놓이고 강건너의 신시가지가 화려하게 자리를 잡았다.
공주의 옛 지명 웅진을 상징하는 웅진탑.
그리고 공산성
예전엔 초라한 모습이었는데 지자체가 활성화되면서 보강보수에
깔금한 모습으로 변신해가고 있다.
세종시에서 동생네와 보낸 시간만큼 일정이 늦어져서
원래 부여에서 일박을 하려고 하였지만 부여까지는
무리일것 같아 공주에서 숙소를 정하고 저녁밥을 먹고
공산성에 올랐다.
저녁밥을 먹는 사이 금새 어두워져 조명등에 불이 밝혀지고
조명을 받고 있는 공산성의 모습이 울창한 나무 그림자를
드리운채 운치를 더한다.
이튿날 아침 7시에 출발하여 도착한 공주보에서.
공주에서 부여가는길 둔치에 유채꽃이 한창이다.
백제보에서 아침에 못먹은 커피와 음료를 사서 마시고 백제보를 횡단도 해보고
관광버스에서 내리신 어르신들과 전망대도 올라봤다.
까마득히 건너편은 청양군 이쪽은 부여군.
백제보를 지나 백마강교를 건너서 백제문화재현단지로 들어가는 문.
백제 문화재현단지를 지나서 백제교에 도착.
백제교도 새다리가 놓이면서 구 백제교는 보행교로 쓰이다가 자전거길이 들어섰다.
버스를 타고 건너다녔던 백제교를 자전거로 건너며 다리에서 바라보는 경치에
수북정과 자온대의 모습도 담아보고.
수북정.
수북정아래 커다란 바위에 자온대라는 붉은 글씨가 보인다.
의자왕이 왕흥사라는 절에 예불드리러 가는길에 잠시 앉아 쉬었는데
저절로 따듯하게 데워졌다나 하는~
백제교를 건너서 자전거길로 들어가는 길목에 신동엽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껍데기는 가라는 시로 유명하신 님이시다.
백제교를 건너기전 생가가 멀지 않다.
부여에 왔으니 금강 옆에 있는 궁남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홀탱님 궁시렁대면서도 두레미 말없이 페달을 밟으니 궁남지로 들어갔다.
궁남지 역시 예전의 궁남지와는 주변이 엄청나게 커졌고 궁남지 본연의 모습보다는
연꽃을 더 내세우는듯 연 밭을 어마어마하게 가꾸어 놓았다.
아직 연꽃은 꽃대도 안 올라왔고 연잎만이 무성하다.
왕포리 농로를 지나 금강변으로 들어섰다.
정문안 마을.
왕포리 강변길을 지나 중정리 옾베 그리고 샛강이 있었던 정문안 마을앞
갈대가 보이는 곳에 샛강이 흘렀다.
강을 건너 들판을 지나 샛강에 닿으면 돌다리를 건너는데 밀물과 썰물에 따라
돌다리가 나왔다 잠겼다 해서 주변은 질척한 진흙에 운동화 깨끗할 날이 없었다.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솔로 학교 교문이 보이는 보리고개에서 규율부가 교문을
지키는 모습이 보이면 양말을 신고 운동화에 묻은 진흙도 털고 옷 매무새와 머리핀을
점검하고는 교문을 통과 했었지.
샛강에서 바라다 보이는 강건너 옛 두레미 나루터의 모습이 보인다.
산의 돌개안에 자리잡은 두레미 나루터를 돌아가는 산기슭 참산모랭이
오솔길이 지금은 산을 깎아 자동차가 다니는 넓다란 길이 되었다.
농지정리가 되면서 제방이 쌓이고 양수장과 수로가 건설되어서 천수답이던
농지는 가뭄과 수해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옥토가 되었다.
강건너에서 바라보는 고향마을.
고향 마을 강가에서 마주 보이던 희여티( 현북리)
강건너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파진산의 데크길.
어릴적 높고 크게만 보였던 파진산은 국민학교 교가에도 나오는
우리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유일한 산이었었다.
'파진산이 보여주는 기상을 받아 굽이치는 푸른강물에
중략~
크게 자랄 길이빛낼 남산 어린이~'
그 파진산엔 강과 바로 맞닿아서 길도 없고 동네도 없는 오롯이
높은 산으로만 존재했었는데 지금은 길도 나고 물길도 나고
양수장이 설치되어 퍼올린 물이 논산과 전북의 일부 지역까지
농수로 쓰인다고 한다.
우리들은 금강종주를 앞두고도 금강종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파진산아래 테크길이라는 말을 하고 또 했다.
파진산 아래서 강건너 바라다 보이는 홀탱님 고향마을이자 나의 시댁.
몇십년만에 숙제를 마치는것 같은 가슴 뭉클한 감동 감회였다.
파진산을 지나 강경포구에 도착하였더니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다른 때 같으면
조금은 이른듯한 점심을 먹고 가자고 강경에 들러 음식점을 찾다가 칼국수집을
발견하고 칼국수를 먹었는데 국물 맛이 끝내주게 맛있었다. 남촌 칼국수.
강경의 입구에서 옥녀교를 건너기전 직진하여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남촌 칼국수집과
다른 음식점들과 편의점이 있고 젓갈 시장답게 각종 젓갈 상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강경을 대표하는 옥녀봉과 발효젓갈 전시장이 보인다.
강경을 지나 익산시에 들어서면 성당포구가 나오고 생태공원이 조성되어있다.
생태공원 다리를 건너간 홀탱님 목소리가 커지는게 수상쩍다.
대체 뭔일이랴~?
다리를 건너가보니 웬 두 젊은이와 얘기를 하는데 대화 내용이 요상하다.
뭣이?
옛날 제자를 만난거였다.
문과였냐 이과였냐. 몇년전이던가 14~5년전인가? 그래~, 그래~,
자꾸만 목소리가 커지는 홀탱님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한참을
제자들 얘기에 시간가는 줄도 뜨거운 땡볕도 잊었다.
군산에서 거스르는 젊은이들과 내려가는 우리들의 만남을 있게 한 성당포구.
친구와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제자의 응원을 받고 응원 해 주며 반가움과 아쉬움으로
헤어졌다.
익산의 성당포구 둘레길~
한낮의 열기는 절정에 이르고 그늘없는 강변의 시멘트길은 열기를 내 뿜는다.
점심식사후의 식곤증과 갈증은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어서 길가에
세워진 정자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시원한것 같던 바람도 잠시 뜨거운 열기로 데워진 바람은 시원함도 잠시여서
잠간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발~
강의 하구에 가까워 질 수록 하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세어지고 곰개나루의 돌머리에서는
바람의 세기가 절정에 이른다.
곰개나루 언덕에 세워진 덕양정과 울창한 나무들이 멋지다.
덕분에 시원함을 느끼지만 내려가는 입장에선 맞바람이어서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이제부터는 바람까지 맞서며 가는 고행길이다.
강의 하부에 생기는 하중도의 모습이 그림같다.
강의 하구로 내려오면서 거세지는 바람 때문에 챙을 받쳐 쓴
하이바는 바람의 저항으로 머리가 더 무겁고 챙은 바람에
눈을 가리고 뒤집어져서 아에 벗어버리고 하구에 도착하였다.
어쨌거나 자전거길을 종주한 기념을 하고 며칠을 아끼다
읽은 그리운 편지처럼 마음속에 아꼈두었던 마지막 금강의
종주가 끝이 났다.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의 설레임 만큼 그 끝은 허전하다.
그래도 금강의 종주는 오랜 숙제를 해결한것 같은 후련합과
마음속깊이 간직한 추억속으로 시간여행을 한듯한 느낌이다.
드디어 도착한 금강하구의 모습들.
돌아오는길 버스차창에 스치는 풍경처럼 종주길의 풍경이 환영처럼 스친다.
천안 삼거리 휴게소에서 하루 해가 저무는 일몰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들의 일정도 마무리를 한다.